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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19 17:46 수정 : 2007.03.19 17:46

왜냐면

지난 2월 입법예고된 의료법 개정안이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에 이어 3월21일에는 의료계가 의계, 치의계, 한의계를 포함하여 합동으로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대규모 반대시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이번 의료법 개정의 목적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의 편의 증진,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 혁파,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법 체계 마련 등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번 개정안이 국민을 위한 것인 양 포장하고 있는데, 한편에선 의료인들이 적극 반대하는 모습이어서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어쩌면 의료인들이 보여왔던 행태 탓에 의료인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 가운데는 정부의 개정안이 올바른 방향인 줄로 아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이번 의료법 개정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정부의 홍보내용은 본질을 호도하고 있으며 의료계의 반대 역시 초점을 빗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가 환자의 권리와 국민 편의를 위해 개정하겠다고 나선 조항들을 보면 대부분 현재도 다른 법률에 의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것을 의료법에 명시한 것일 뿐이다. 의료체계를 다시 세우고자 만들었다고 하는 조항들 역시 엉성하기 짝이 없다. 오히려 종합병원 안에 의원급 의료기관의 설치를 허용하는 것과 같은 의료전달체계 자체를 아예 허물어버리는 조항이 들어가 있고 ‘유사 의료인’과 같이 논쟁적인 개념을 법안에 집어넣었다 빼는 등 소모적인 논란만 증폭시키고 있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서는 병원의 부대사업 범위를 무한대로 열어주고 심지어는 ‘병원경영 지원회사’라는 것을 합법화함으로써 병원이 아예 주식회사처럼 돈벌이 기관으로 나서도록 부추기고 있다. 또 병원과 보험회사가 담합하여 환자를 유인·알선하는 파렴치한 행위까지 허용하는 조항이 있다.

의료계나 시민사회단체에서 한사코 반대하는데도 법안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진짜 의도는, 이번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료에 꼭 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철폐하여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확정하기 위한 이른바 ‘의료 상업화’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의료를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고 하는 현 정부는, 그것을 위해 필요한 법제도적 틀거리를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이라는 형태로 지난해 말 정리하였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이 고스란히 이번 개정안에 반영됐다. 이는 한편으로 오랜 기간 병원협회와 민간보험회사가 정부를 상대로 벌여온 로비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서는 병원의 부대사업 범위를 무한대로 열어주고 심지어는 ‘병원경영 지원회사’라는 것을 합법화함으로써 병원이 아예 주식회사처럼 돈벌이 기관으로 나서도록 부추기고 있다. 의료기관이 본래의 목적보다는 돈벌이를 우선시한다면 의료에서 끼워팔기나 불려팔기 같은 부도덕한 상술이 판치게 될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국민 의료비의 급격한 상승을 가져올 것이며, 나아가 국민건강에 오히려 해롭기까지 한 결과를 가져올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뿐만 아니라 개정안에는 병원과 보험회사가 서로 짜고 환자를 유인·알선하는 파렴치한 행위까지 허용하는 조항이 있다. 이것은 국민에게 보편적인 의료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란 점에 비추어볼 때 위헌적이기까지 하다. 더욱이 이들 조항은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처지에서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환자 유인알선 행위의 금지’, 신분이나 사회적 지위, 재산에 따른 의료서비스 ‘차별의 금지’라는 히포크라테스 이래 면면히 내려온 보편적인 의료윤리의 기본정신에도 어긋난다.

결론적으로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국민 편의를 빙자하여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병원자본만을 살찌우기 위한 것이고, 그 내용도 위헌적이며 보편적인 의료윤리와 어긋남으로써 그 정당성 또한 잃어버렸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결단코 폐기되어야 한다.

김정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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