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26 18:05
수정 : 2007.03.26 18:05
왜냐면
세금으로는 절대로 집값은 잡지 못할 것이라며 훼방을 놓던 사람들이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기준일이 가까워지자 세금폭격이 시작되었다고 엄살을 떨고 있다. 한때는 경색된 부동산 시장에 물꼬를 터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자기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동안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라고 주장하더니, 이제는 소득이 없는 은퇴 고령자와 장기 보유자의 종부세를 감면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재산세란 소유자의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재산의 객관적 가치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이고, 이러한 과세방식은 모든 재산이 소득의 축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과세의 당위성과 잠재적 담세력이 모두 인정되는 것이다. 재산세의 국세화 추세에 따라 누진과세 구조로 제정된 우리의 종부세는, 이제 과거의 평이한 재산세가 아니라 조세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조세정책적 기능과 세수 확보의 순기능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세제라는 점에서 종래의 재산세와 의미가 다르다.
항간에는 종부세 부과로 재산세 부담이 너무나 무거워졌다는 의견도 있고, 부과되는 종부세가 세입자 등 서민에게 전가되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있지만 모두가 억지 주장이거나 잘 모르고 하는 말들이다.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되는 공시가격 6억원 초과 20억원 이하의 주택에 대한 명목세율은 1~1.5%로 되어 있으나, 여기에 과표 적용률과 부과 상한율을 적용하면 이들 주택의 총 부담액은 시가의 0.4% 수준에 불과하고, 이러한 실효세율은 아직도 선진국의 30% 선을 넘지 않는다. 또한 사업용 재산에 부과된 재산세는 입주자 등에게 전가될 수가 있지만, 소유자가 직접 거주하고 있는 주택에 부과된 재산세는 전가되지 않고 오히려 집값을 내리게 하는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3%의 종부세 과세 대상자를 달래기 위하여 80%에 이르는 상대적 피해자에게 고통과 손실을 감수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동안 우리의 부동산 시장은 투기세력에 의한 유린과 강타로 인하여 그 뼈대가 크게 어긋나 자력회복의 기능을 기대할 수 없는 중태에 빠져 있다. 지난 2년간의 집값 상승률이 40%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세배 이상 오른 지역이 있다는 사실을 국민이 모두 알고 있는데도, 이러한 이변을 시장의 기능에 맡기라는 주장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부도덕하다. 집값이 오를 만큼 올랐다고 판단되고 세금을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생각될 경우, 집주인은 집을 처분하여 차익을 챙기고 세 부담이 적은 곳으로 옮겨보려는 생각을 누구나 하게 되는 것이므로, 이러한 시장심리를 표현한 당국자의 말은 강제성이 없는 이상 걸고 늘어질 것까지는 없다.
재산세는 나라가 소중한 국민의 재산을 지켜준 대가로 내는 세금이므로 보관료나 보험료와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 보관료나 보험료가 보관하는 물건의 가치에 따라 결정되듯이 비싼 집에 사는 사람이 집값에 비례하여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집값이 많이 올랐으니 세금을 좀 더 내야 한다는데 무엇이 그렇게도 억울하단 말인가.
이제 우리가 선택할 길은 너무나 명백하다. 3%의 종부세 과세 대상자를 달래기 위하여 80%에 이르는 상대적 피해자에게 고통과 손실을 감수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50만 가구를 보호하기 위하여 이제 겨우 뿌리내린 세법에 칼질을 함으로써 세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또다시 깨뜨릴 수는 없다. 배고픈 것은 견딜 수 있지만 공평하지 못한 것은 견디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눈만 뜨면 몇천만원씩 올라가는 집값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사지가 벌벌 떨려 차라리 죽고 싶었다는 무주택 아주머니의 악몽 같은 이야기에 우리는 모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장익철/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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