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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29 18:40 수정 : 2007.03.29 18:40

왜냐면

언론에서 농촌이 무너져 내린다고 아무리 외쳐 본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우리 집 딸아이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쌀 없으면 수입하거나 아예 안 먹으면 된단다. 밀가루나 고기에 포박당한 입맛의 위력이여! 농촌사람들 일자리 없으면 도시에 올라와 직장 잡으면 되지 뭐가 그렇게 큰 문제냐며 오히려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적어도 도시에서 자란 10대의 인식에 새겨진 대한민국의 농촌은 이제 별 볼일 없는 존재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농촌은 식량창고다’라는 노래는 이제 그만 읊조리더라도, 도시는 농촌이 사라지면 푸근하고 아늑한 경관을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홍수나 산사태 같은 자연재해 앞에 발가벗고 나선 꼴이 된다. 농촌으로선 사정이 더 급하다. 도시의 활력과 소비가 농촌에 흘러들어오지 않으면 삭정이처럼 메말라 갈 것이 뻔하다.

문제는 농촌의 정서를 간직하고 있지 않은 10대, 더 나아가 20, 30대에게 어떻게 농촌과 농민을 대면시켜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들에게 농촌과 농민이 소중한 친구나 이웃처럼 다가서게 해야 한다. 도시의 젊은이들이 우리 농촌의 뒷배를 봐준다면 농촌과 농민, 그리고 농업에는 연둣빛 봄 같은 희망이 새록새록 솟을 터이다. 도시 젊은이들의 눈높이와 요구에 맞는 농촌·농업 홍보와 정책이 꼭 필요한 때다.

예컨대 ‘농산물 다이어트 펀딩’은 어떨까? 도시 젊은이들의 건강과 우리 농산품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다이어트’란 막연하게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제철과 우리 땅에서 난 음식을 제대로 먹으며 몸을 온전하게 가꾸는 것이다. 우리가 숨쉬는 땅에서 자란 농산물은 쌀, 콩, 우리 콩으로 만든 두유, 마늘, 고추 등 다이어트 식품 아닌 것이 없다.

‘농산물 다이어트 펀딩’은 어떨까? 도시 젊은이들에게 농촌방문 숙박권이나 생태교육 수강권 같은 인센티브를 ‘펀딩 성공 환급금’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 농산물을 사 먹으면서(펀딩), 목표대로 몸을 가꾼(살을 빼거나, 아토피 같은 질환을 치유한) 학생이나 도시 직장인에게 농촌 방문 숙박권이나 생태교육 수강권 같은 인센티브를 ‘펀딩 성공 환급금’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도시 직장인이나 학생은 ‘농촌 서포터즈’나 ‘농민 1촌 맺기’로 우리 농산물과 농촌을 홍보하고 지속적으로 교류를 맺어 나간다. 농촌을 염두에 두고 진로를 생각하는 도시민들이나 젊은이들에게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사업이나 교육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한다면, 요즈음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작은 보탬이 될 듯싶다.

‘산천은 그대로인데 사람은 간 데 없다’는 그야말로 옛말이다. 산천도 변하고 사람도 바뀐다. 도시 젊은이와 농민들이 교류하지 않고서는 농촌문제, 농업과제를 풀 수 없다. 농촌과 농업이 무너져 내리는 아우성에 귀를 막고서야 도시 젊은이의 장래도, 온전한 도시의 앞날도 없는 것은 누구나 가늠할 수 있는 뻔한 이치다.

김시열 /고루살이 쌀학교 준비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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