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29 18:41
수정 : 2007.03.29 18:41
왜냐면
지난 19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두 교사가 법정에 섰다. 중학교에서 도덕과 사회 교사로 통일 교육을 하는 김맹규, 최화섭 두 교사를 옭아맨 조항은 찬양·고무죄다. “전교조 홈페이지에 북한의 선군정치 관련 사진을 올리고, ‘북한 30문 30답’을 만들어 친북 의식화 교육을 했다”는 게 구속 사유다.
선군정치 관련 글과 사진은 교육부의 통일교육 사이트나 조선일보 쪽에서 운영하는 ‘NK조선’ 사이트에서는 원문까지 내려받을 수 있는 정보다. 검찰은 이들 교사가 고무·찬양 교육을 했다는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관련 사진도 〈연합뉴스〉 웹페이지에 실린 것을 다른 사진들과 함께 단순히 ‘북한 알기 자료실’에 올려둔 것이었다. 냉전수구신문들이 소설을 쓰면 공안기관이 기획수사를 하고, 다시 공안기관이 흘린 피의사실을 수구신문들이 뻥튀기한다. 시대착오가 아닐 수 없다.
포털을 비롯한 수많은 공개 사이트에 실려 있는 통일 관련 자료들을 접한 게 그들의 죄다. 통일 교육을 하는 교사가 보면 죄가 되고, 학자나 정치인이나 공기관이 소지하면 죄가 되지 않는 게 법 앞의 평등인가. 남북 정상회담 뒤 장관급 회담 등 정부간 회담이 100회가 넘게 열리고, 한해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북한을 방문하는 시대다. 변화하는 정세는 북한에 문을 닫아걸었던 한나라당까지 태도를 바꾸게 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6자 회담이 열리던 같은 시점에 이 땅에서는 냉전적 발목 잡기로 역사를 되돌리려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두 교사는 통일 교육 연구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들은 이미 7년 전 통일부 장관상을 받은 전문 연구자이자 모범 교사들이다.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새 세상을 맞을 수 없는 법이다. 아이들과 통일 관련 단원을 배우고 토론을 한 적이 있다. 아이들은 통일이 어쩌다 다투고 헤어진 형제나 부부가 합치는 일과 같다는 데 착안했다.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답은 ‘입장 바꿔 생각해 보고 상대방 처지를 이해하기, 자신의 잘못을 곰곰이 생각해 보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기, 서로 칭찬하고 좋은 점 본받기’였다. 아이들의 지혜가 참 기특해 보였다. 세상 이치란 이렇게 크고 작은 일에 두루 통하기 마련이다. 어찌 교육의 이름으로 포용과 사랑이 아니라 배척과 미움을 가르치라 하는가? 통일의 주역이 될 미래 세대를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더는 케케묵은 냉전의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될 일이다.
재판이 열리던 같은 시간에 베이징에서는 6자 회담이 열리고 있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정세가 예상 못할 방향과 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시점에 이 땅에서는 냉전적 발목 잡기로 역사를 되돌리려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6·15 남북공동선언, 2005년 9·19 공동성명, 올해 2·13 합의로 이어지는 일련의 정세는 동북아 평화와 민족통일에 거역할 수 없는 큰 흐름을 만들고 있다. 6자 회담은 비핵화와 함께 북-미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금은 국민 모두가 정파를 떠나 국론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주체적으로 이 변화의 큰 흐름을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한 방향으로 물꼬를 틔울 수 있다. 그 한 축이 바로 학교 통일 교육이다.
봄을 가장 봄답게 느낄 수 있는 곳이 학교다. 지금 학교는 새 학년이 된 새싹 같은 아이들이 내뿜는 신선함으로 가득하다. 오늘도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들을 마주한다. 칠판 너머로, 그토록 사랑하는 학생들과 억지로 헤어져 감옥에 갇힌 두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신연식 /서울 서초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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