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09 17:37
수정 : 2007.04.09 17:37
왜냐면
지난달 인터넷 검색 중 우연히 내 이름이 제목으로 된,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가 쓴 블로그 글을 보게 됐다. 그 글에서 한반도 대운하의 사업성 평가의 계산 근거를 나름대로 검토하면 논쟁이 시작되리라 했다. 아마도 지난 5일 〈한겨레〉에 실린 우 교수가 쓴 ‘배가 산으로 가면 경제가 살아날까’라는 칼럼이 그 첫 포문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우 교수는 한반도 대운하의 경제성 분석에 대해 진지한 논거 없이 성급하게 비판했다. 그러고는 낙동강과 영산강이 연결되면 토종 물고기가 멸종할 것처럼 적고 있다. 이것은 일반 국민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하는 지나친 주장이다. 환경이 달라지면 생태계 내의 생물들은 적자생존의 경쟁을 통해 생태 평형을 찾는 과정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자연의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우 교수의 논리대로라면 경상도 사람과 전라도 사람이 섞여도 큰 재앙이 발생할 것이다.
이어 한반도 대운하의 산업파급효과 분석에 사용한 산업연관표를 비판하였다. 산업연관표는 일정 기간 국민경제 내에서 발생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처분과 관련된 모든 거래내역을 일정한 원칙과 형식에 따라 기록한 종합적인 통계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이 만든다. 산업연관표 자체를 부정한다면 현재 경제학 이론 모두를 부정하고, 모든 경제적 추산을 부정하는 꼴이 된다. 현시점에서 가능한 분석의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될 뿐이다.
보통 하천 준설은 운하 건설과 상관없이 수질 개선과 홍수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위해서는 준설 작업이 필요하고. 이때 하천 골재가 부수적으로 생산된다. 산업재로서 골재는 주거시설과 교통망,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 국민의 기본권을 충족하기 위한 필수자원이다. 하천에서 골재를 얻지 못하면 멀쩡한 산을 깎든가, 염분이 든 바닷모래를 채취하기 위해 해양오염을 감수해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물류제어공학과 물류체계 개편이 어우러진 대표적인 신지식경영이다. 21세기 한반도에서 땅위로 수레를 굴리는 방식이 한계에 부닥치면서 새로운 필요가 생겼다. 배가 산으로 가는 게 그토록 두렵다면, 도대체 땅속으로 다니는 수레에는 매일매일 어떻게 탄단 말인가?
또한 우리나라의 물류비용은 경쟁국에 비해 30% 이상 높고 육상운송의 기본축인 경부고속도로는 물동량이 한계에 달했다.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려면 산등성이를 잘라내고 그린벨트를 훼손하며 운하보다 몇 배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 도로운송을 운하로 대체하면 자동차 배출가스 감소로 지구온난화 같은 환경위기에 대처한다는 의미에서도 중요하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국민에게 세금부담을 거의 주지 않는다. 건설비의 50%는 채취한 골재 판매에서 나오고, 나머지는 민간 투자에서 충당한다. 국외 유수 기업들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민간자본유치사업이나 민간제안투자사업으로 이미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물류제어공학과 물류체계 개편이 어우러진 대표적인 신지식경영이다. 이러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개발시대의 잔재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된 선입견에서 기인한다. 1960년대 초반 경부고속도로 계획 당시 서울과 부산 간의 차량 통행량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당시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조차 기존 도로를 포장해서 쓰라고 권고할 정도였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해 우리나라는 세계 5대 자동차강국이 됐다. 결국은 고속도로 건설에 반대한 이들도 그 계획을 미래를 내다본 혜안으로 인정하고 있다.
21세기 한반도에서 땅위로 수레를 굴리는 방식이 한계에 부닥치면서 새로운 필요가 생겼다. 그래서 배를 산으로 보내는 방식을 제시했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기술이 있고, 경제적 타당성을 전문가의 관점에서 입증한 것이다. 배가 산으로 가는 게 그토록 두렵다면, 도대체 땅속으로 다니는 수레에는 매일매일 어떻게 탄단 말인가?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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