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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12 21:47 수정 : 2007.04.12 21:48

왜냐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두고 전국이 찬반 양론으로 시끌하다. 필자는 농업분야 개방이 열악한 우리 재래시장에 끼칠 위협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자 한다.

소비자 처지에서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구조는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으로 크게 나뉜다. 대형마트는 취급 농산물에 따라 크게 세 가지 형태가 있다. 고급 유기농·친환경 국내 농산물, 일반 국내 농산물, 수입산 농산물(저가 위주)이 그것이다. 또 재래시장은 일반가격의 국내 농산물과 저가의 수입 농산물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최근 대형마트는 수익이 많은 고가의 친환경·유기농 국내 농산물과 대량 입찰로 낮은 가격에 공급이 가능한 수입 농산물의 비중을 늘리고 일반 국내 농산물의 비중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가격 및 품질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이다. 반대로 소비자의 밀착도가 높은 재래시장에선 수입 농산물에 비해 우리 농산물이 많이 거래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즉시 혹은 5년 안 관세가 철폐되는 농산물에는 과실류(포도, 오렌지, 감귤 등)가 많다. 향후 지속적으로 고기류, 생선류, 해조류 등이 우리네 시장에 공급될 것이다. 협상 타결 소식에 벌써부터 농촌에선 소값이 떨어지고, 감귤농사를 포기하거나 포도농사를 갈아엎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술렁이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미국산 농산물이 밀려오고 중급가격의 우리 농산물 거래는 줄게 된다 결국 우리 재래시장의 몰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분명한 것은 우리 고급형 친환경·유기농 농산물의 공급이 늘고 중급형 국내 농산물의 공급이 크게 줄 것이라는 점이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미국산 농산물이 밀려오고 정부 차원에서 농산물을 재배하지 않으면 보조금을 주는데 굳이 힘들게 우리 농산물을 재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른 시간 안에 개방되는 과실류는 친환경·유기농 재배가 매우 어려운 품종이다. 과실류의 경우 다른 품종에 비해 벌레 등의 환경에 매우 민감해 많은 농민들이 어쩔 수 없이 농약을 친다. 따라서 친환경 농산물로의 전환이 쉽지 않은 많은 농민들이 과실농사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 중급가격의 우리 농산물의 공급이 줄고 미국산 농산물의 공급이 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대형마트는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친환경·유기농 농산물의 공급이 늘고 선호도도 높아질 것이고, 대형마트의 자본으로 좀더 낮은 가격에 미국산 농산물을 대량구매하면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래시장의 주요 거래품목인 중급가격의 우리 농산물 거래는 줄게 된다. 동네시장을 가보면 한 집 건너 채소·과일가게, 정육점, 생선가게, 달걀가게가 있는데, 이들 상품의 거래가 급감할 것이다. 수입 농산물은 좀더 싸고 서비스가 좋은 대형마트에서 구매하고자 할 것이다. 현재 재래시장에는 가격대가 높은 친환경·유기농 농산물에 대한 특화된 영역이 없다.

결국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우리 재래시장의 몰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참여정부는 농업분야 개방이 농촌지역에 주는 영향에만 맞춘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농업분야 개방은 농촌과 함께 도시의 유통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지만 재래시장의 체질 개선에 대한 정부 차원의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닌데도 말이다.

박문수 /서울 성북구 정릉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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