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국방부는 지난 11일 정부의 8·31 부동산 대책 일환으로 추진되는 ‘송파 신도시 건설’을 위해 송파지역에 있는 군부대 7곳의 지방이전을 확정 발표하면서 특수전사령부, 기무부대, 정보학교 어학분교를 이천에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120만평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자치단체에서 장기간의 숙고 끝에 입안한 도시계획에 상당한 수정이 불가피하고 무엇보다도 지역주민에게 미치는 재산·경제적 파장과 더불어 수질오염, 산림훼손 등 자연생태계 파괴, 지역 특산물 이미지 훼손 등 지역사회 전반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막중한 일임에도 단 한차례의 구두협의나 통보조차 없었던 일방적인 발표였다. 지자체와 지역주민을 무시해도 이만저만한 무시가 아니다. 그래놓고 국가안보와 특전부대 임무가 갖는 특수성 등 자체 기준을 들어 공개적으로 이전협의를 하기 어려웠다고 편리한 이유를 붙여 해명했다. 물론 국가안보보다 앞서는 가치는 없다. 지역도 경제도 환경도 모두 나라가 있어야 존재 가치가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국가안보를 내세우면 다 된다는 식이라면 분명 문제가 있다. 이것은 국방부의 편의주의적 오만이다. 그렇게 중대한 문제라면 당연히 공개든 비공개든 사전협의를 해야 했다. 해당 지자체와 군부대 이전사항을 협의한다고 국가안보가 흔들리나? 이천시민은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송파 군시설 대규모 이전한다면서 지자체와 사전협의도 안하나. 국가안보를 끌어들인국방부의 오만이다. 이천시민은 그동안도 규제에 불편을 겪어왔는데 마을 주민의 충격은 어쩌란 말인가. 이천시민들은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알기에 지난 수십 년 수도권정비계획법,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 환경정책 기본법 등 3중4중의 중첩 규제를 받으면서도 육군항공작전사령부와 7군단 등 15개 군부대 주둔을 받아들였고, 여의도 면적에 세 배에 해당하는 2084만㎟가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여 불편을 겪는 것도 견뎌 왔다. 이런 지역에 보상은커녕 전문가들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하다고 평가하는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은 수도권 과밀과 팔당상수원 오염 등 환경문제를 이유로 불허하고, 불과 얼마 안 돼 수질·하천 오염과 자연훼손이 불 보듯 자명한 대규모 군부대 이전은 한마디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상호 모순되는 행위로 이율배반이며, 공권력의 전횡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천시민들은 지금 ‘아닌 밤중에 불쑥 홍두깨 내미는 식’의 국방부 발표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편입 예정지로 지명된 마을주민(1440가구 4088명)들의 충격은 더하다. 토지수용 등으로 대대로 물려받은 고향 땅을 떠나 실향민이 되거나 생계터전을 잃을 것이라 크게 걱정하며 연일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또한 국방부가 특전사 이전 예정지로 지명한 신둔면 도암리와 지석리 일원은 문화시설인 웅진어린이마을(9만평)과 장애인체육시설(5만5천평) 등의 도시계획시설이 추진 중에 있고, 더군다나 신둔면은 도자특구지역으로 이천의 도시브랜드를 대표하는 지역이다. 여기에 120만평에 이르는 대규모 군부대가 또 다시 들어온다는 것은 그간 수도권 규제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문화관광의 도시로 발돋움해 온 이천시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는 일이다. 이천시와 시민들이 이에 반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누가 이를 두고 지역이기주의라는 말로 쉽게 매도한단 말인가. 연초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불허로 가뜩이나 울고 싶던 차에 국방부가 뺨을 내리쳤다. 지금 이천의 저잣거리에선 시민들 사이에 “이천은 찍혔다”는 말이 유행처럼 나돈다.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최정예 부대가 국민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떠도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하기 이전에 국방부가 조금이라도 지역정서를 고려하고 신뢰를 쌓는 노력을 기울였는지 묻고 싶다.조병돈/이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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