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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26 18:41 수정 : 2007.04.26 18:41

왜냐면

지난 4월11일 ‘추적60분’은 ‘교육부의 비밀병기, EBS 수능강의의 실체’라는 제목으로, 사교육비를 절감해 준다는 거창한 목표를 내걸고 3년 전에 출범한 ‘EBS 수능강의’에 대해 방송했다. 방송은, 교육방송에 대해서는 온라인 사교육 시장에 뒤지지 않도록 개선안을 마련하고 그 방법으로 강사에 대한 평가 시스템과 현장강의 방식을 도입할 것을 주문했다. 교육부에는 편법으로 온라인 사교육 업체를 평생교육시설로 합법화시킴으로써 가격규제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방치해 둔 책임을 물었고 그 대안을 제시했다.

방송 후, ‘EBS 수능강의’ 담당 팀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방송 내용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으며 개선안을 마련해서 교육부와 청와대에 보고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말을 들었다. 그런데 지난 23일 교육방송에서는 전혀 다른 내용의 방송이 전파를 탔다. ‘긴급진단, EBS 수능강의 왜 흔드나’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은 단 한마디의 반성이나 개선 방향에 대한 언급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60분’의 방송 내용을 비난하면서 자사의 수능강의를 변호하고 자화자찬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러한 방식의 방송이 과연 공영방송다운 태도인지 묻고 싶다.

‘수능강의’ 파헤친 취지는 사교육 시장에 뒤지지 않는 개선안을 찾아보자는 것 5차례나 ‘반박보도’ 교육방송은 자사 홍보에 전파를 남용해도 되는가

한 시간 내내 자신들은 전혀 잘못한 것이 없고 잘 하고 있다는 식의 자사 홍보로 가득 채운 방송은 과연 누구를 위한 방송인가? 공공의 재산인 방송전파를 이렇게 남용해도 되는가? 한 차례의 반론보도 성격이라면 그래도 이해할 만하다.

교육방송은 ‘추적60분’이 방송되기 하루 전부터 연속 사흘간이나 ‘EBS 수능강의’에 대한 긴급방송을 했다(4월10일, 11일, 12일). 4월23일 네 번째 방송을 또 했다. 모두 4회에 걸쳐 5시간20분을 할애했다. ‘추적60분’이 방송되기 직전의 2회에 걸친 방송은 ‘추적60분’ 방송을 희석시키기 위한 전형적인 ‘물먹이기’ 방송이고, 나머지 두 차례의 방송은 ‘추적60분’의 방송을 반박하려는 의도로 급조된 방송이라는 것을 시청자는 알 까닭이 없다. 급조되다 보니 4월23일치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내용이 부실하기 짝이 없고 심지어는 허위사실까지 배짱있게 방송했다. 프로그램 저작권과 ‘추적60분’에 방송된 출연자들의 인격권과 초상권은 안중에도 없었다. 같은 공영방송의 종사자로서 민망할 따름이다.

‘추적60분’ 방송 내용이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응당 반론할 수 있다. 그 방법은 기자회견도 있고 아니면 법적 대응도 있다. 그러나 자신들이 방송사라는 위치를 이용하여 전파를 이렇게 마음대로 사용할 권리는 없다고 본다. ‘추적60분’은 취재 중에도 교육방송 쪽에 간곡히 인터뷰 요청을 했으나 돌아온 것은 전 직원 인터뷰 금지라는 대답이었다.

교육방송은 외부의 비판에 대해 더욱 겸손해야 한다. 일고의 반성 없이 자신들의 성과를 과장하고 사실을 호도한다면 더는 발전은 없을 것이다. 조금만 발품을 팔아 학교 현장을 찾아가서 학생들을 만나 본다면 해답은 금방이라도 찾을 수 있다. 오른쪽 주머니에서는 국민의 세금으로 ‘EBS 수능강의’를 보고, 왼쪽 주머니에서는 돈을 직접 내고 유료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언제까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지울 것인가. 교육방송은 최대의 고객인 학생들 앞에서 좀 더 솔직해져라. ‘EBS 수능강의’의 주인은 학생이다.


권혁만 /‘추적60분’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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