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현직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관한 보도가 있은 뒤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대학의 운영진이 대통령을 면담하면서 대통령 기념관 건립 의사를 밝혔고, 대통령이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는 단순한 사실에 비추어 논란의 파장은 매우 크다. 언론, 정치권, 누리꾼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하고 있다. 대통령의 치적을 과시하고자 임기가 종료되지도 않았는데 기념관을 만들려고 한다면서, ‘시기상조다’ ‘치적이 있기는 하냐’ ‘국고를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아직 대통령 기념관은 없다. 역대 대통령 중에 국민적으로 존경받는 이가 없는 것도 이유지만, 관련 기록을 관리하도록 하는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가기록원 2006년 통계를 보면, 역대 대통령 기록물 소장량은 33만여 건이다. 이 중 김대중 정부의 기록물이 절반이 넘는 20만여 건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정부 수립 후 김영삼 정권까지 친다면 하루 평균 7건 꼴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 기록물 33만여건 그중 김대중 정부가 20만여건 노무현 대통령의 기록물은 역대 합친 것의 몇 배는 된다 소모적 논쟁 접고 기록관리를 어떻게 할 지가 논의의 중심이 돼야 한다 한편,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될 예정인 현 대통령 관련 기록은 역대 대통령 기록물의 양을 모두 합친 것보다 몇 배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기관에서는 업무 과정의 전자·비전자 기록을 생산단계부터 제어하며 관리해 가기 시작했으며, 이런 추세는 지방자치단체 및 각급 공공기관으로 확산되어갈 전망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1999년에 제정되어 2006년에 개정된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과 올해 3월에 제정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 기록물과 대통령 기록물의 관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영구기록물 관리기관으로 대통령기록관이 설치될 예정이고, 민간에서 개별 대통령 기록관을 만들고자 시설을 건립하여 국가에 기부채납하면 이를 인정해 주고 경비의 일부를 지원해 줄 수 있도록 법에서 정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 기록물은 관리주체의 모호함이나 기록물의 손망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 임기종료 6개월 전부터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설립 주체나 시기에서 한 사립대학이 개별 대통령 기록관을 설립하고자 하는 것은 잘못이 없다. ‘임기종료 후 국민평가 후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이나 시기상조라는 언론보도들은 모두 깊은 고민이 없는 비판들인 것이다. 민간에서 대통령 기록관을 설립하는 것이 전혀 문제없다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기록관과 민간이 추진하는 개별 대통령 기록관의 관계, 기록관리 주체 및 방법론, 개별 대통령 기록관 소장 기록물의 대상 범위 및 구체적인 운영방안 등 깊이 고민해야 할 과제가 많이 있다. 이처럼 ‘대통령 기록을 어떻게 올바로 관리할 것이냐가’가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민주주의 실현, 행정 효율성 증대, 역사·문화의 정체성 확보를 위해 체계적인 기록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특히,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 기록은 나라의 모든 분야와 관련된 중요한 기록으로서 매우 신중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앞뒤 없고 소모적인 논란이 종식되기 바란다. 지금이라도 공공기록 관리의 필요성, 대통령 기록관리의 중요성, 이를 실현할 적절하고 구체적 방법 등에 대하여 언론과 정치권 그리고 국민들의 이성적이고 건강한 토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손동유 /기록관리시스템 연구소장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