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03 18:59
수정 : 2007.05.03 18:59
왜냐면
지난 4월28일은 세계평화운동사에 기록될 날이었지만, 한국인에게는 부끄러운 날이었다. 그날, ‘수단 다르푸르 사태’ 4돌을 맞아 전 세계 35개국에서 수만명이 함께 다르푸르의 아픔을 나누고 평화를 외쳤다. 하지만 한국은 침묵했다. 우리에게는 ‘수단’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하다. 그러나 전 세계 지식인들과 시민들은 ‘21세기 최대의 인도적 재앙’이라 부르며 가슴에 새기는 이름이다. 지난 4년 동안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다르푸르의 사막은 무고한 수단인 20만여명의 피로 물들었다. 죽은 가족과 친구를 가슴에 묻은 200만여명은 난민으로 정처없이 떠돌며 강간, 인신매매, 소년병 징집이라는 위협에 떨고 있다.
올해 취임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수단 다르푸르 사태’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내걸었지만, 우리에게는 한국인이 유엔 사무총장이 되었다는 것만 중요했던 건 아닐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글로벌 시대로 나아가자는 ‘글로벌 경제의식’과 ‘글로벌 경쟁의식’은 있지만, 세계 속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글로벌 책임의식’은 우리 안에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일로 드러난 것 같아 부끄럽다. 우리는 이미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서 그에 걸맞은 구실을 세계인들로부터 요구받고 있지만, 2006년 7월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때도 입을 다물더니, 이번에도 또다시 침묵하였다. 그래서 중동의 민심은 “한국은 부자가 될수록 불행한 나라”라며 등을 돌리고 있다.
‘수단사태 4돌’ 침묵한 한국 글로벌 경제의식은 투철하지만 글로벌 책임의식은 없는지? 부자가 될수록
불행한 나라가 되지 않았으면
‘나눔문화’는 5월3일부터 5일까지 광화문에서 수단 다르푸르 사태의 종식을 위한 거리 캠페인을 펼친다. 한국인들의 수단 다르푸르 사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퍼포먼스와 서명운동을 한다. 캠페인 이후에는 유엔평화유지군의 신속한 배치와 증파, 수단의 석유이권을 탐내 개입을 꺼리고 있는 세계 강대국들의 평화의무 수행, 이라크와 레바논에 한국군 전투병을 파병하는 대신 다르푸르에 유엔평화유지군을 보내자는 요구를 시민들의 서명에 담아 유엔에 전달할 예정이다.
세계화 시대의 성숙한 인간성은 국경 너머에서 실현되며, 얼마나 내가 아닌 남이 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가슴속에 세계지도를 품고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손을 맞잡을 때, 우리 안에서 세계의 진정한 변화가 시작된다. 수단에 완전한 평화가 오기까지는 아직도 더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지금 바로 사이트(www.globefordarfur.org)에 접속해서 전자서명을 작성하는 단 1분의 시간을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써보자. 그렇게 쌓이는 ‘1분’은 우리의 삶에, 고통 받고 있는 가난한 나라 아이들의 삶에 큰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그 어느 나라보다 고통의 역사를 뚫고 살아온 한국이 이제 세계의 고통 받는 사람들과 따뜻한 친구가 되기를 꿈꿔본다.
윤지영 /나눔문화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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