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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유도블럭은 저시력인을 위해 바닥의 색과 정확히 구분되게 설치되어야 함에도 외관만을 고려하여 점자유도블럭(황색)을 타일색(주황색)에 맞춰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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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며칠 전 포항시청을 방문할 일이 있어 신청사 내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을 둘러봤다. 제일 먼저 장애인 화장실에 제대로 점자 표시가 되어 있는지 확인했다. 안타깝게도 처음에는 어떤 글자인지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점자는 규정에 맞지 않았다. 점자는 한 칸에 6개의 점으로 이뤄져 있으며 여러 개의 칸으로 다양한 모양의 점을 만들어 글자를 형성한다. 점자는 6개의 점으로 구성된 문자이기 때문에 점과 점 사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완전히 다른 의미의 글자가 되어버리고 만다. 예컨대 화장실의 ‘화’자를 점자로 쓰면 왼쪽(점자 참조)과 같은데, 포항시청의 경우는 오른쪽과 같이 엉터리로 쓰여 ‘ㄹ영ㅅ’으로 읽혔다. 점을 이루고 있는 칸 자체가 틀려 아무리 점자에 능숙한 시각장애인인 필자라 하더라도 구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점자안내 표시 부착 때 점자도서관에 미리 확인 요청을 했다면 얼마든지 올바른 점자가 새겨졌을 터이다.포항시 신청사 화장실 점자 알아볼 수 없는 글자로 새기고 점자유도블록은 바닥색과 구분 없는 색깔 깔아 시각장애인 알아볼 수 없게 해
또 점자유도블록도 본래의 기능을 간과한 채 색깔을 구분하기 힘들게 만들어 놓아 장애인 편의시설인지 인테리어 소품인지 의심스러웠다. 지팡이가 시각장애인들에게 눈과 같다면 점자유도블록은 보행 때 길잡이와 같은 구실을 한다. 일반 보도블록과 색깔을 뚜렷이 구분해야 하는 까닭이다. 장애인 편의시설에 관한 시행규칙에도 “점자유도블록의 색상은 원칙적으로 황색을 사용하되, 상황에 따라 다른 바닥재의 색상과 구별하기 쉬운 것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포항시 신청사 점자유도블록은 바닥의 타일색과 비슷한 색상을 깔아 실제 바닥과 구별이 어려웠다. 시각장애인들 중에는 보도블록을 바닥색과 구분해서 깔면 식별이 가능한 저시력인들이 상당수다. 회색 보도블록에 회색과 비슷한 계열의 색을, 황색 보도블록엔 황색과 비슷한 계열의 색을 점자블록으로 깔면 그것은 외관 치장을 위한 ‘인테리어’나 다름없다.
게다가, 회색 점자블록의 경우 재질이 금속으로 되어 있어 상당히 미끄러웠다. 신발 바닥에 물기라도 젖어 있다면 자칫 넘어질 위험도 있다. 비장애인들은 눈으로 보고 대처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들로서는 생각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다.
애초 장애인 편의시설 시공을 맡은 업체의 잘못이라고도 볼 수 있겠으나 이런 상황을 제대로 사전에 확인하지 못한 포항시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모양새만 중시하여 장애인 편의시설 시행령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점은 더더욱 유감이다. 포항시는 하루빨리 잘못을 시정하기 바란다.
이재호 /경북점자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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