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어언 27돌을 맞이한다. 20여년 인고의 세월이란 숙성을 거치면서 민주역량이 성숙했지만 ‘김대중 정부’에 들어서서 비로소 일련의 특별법으로 주요 현안들이 대강 해결된 느낌이다. 필자는 일련의 민주화운동 과정을 지극히 거룩하고 숭고한 역사사건으로 평가해 이를 ‘광주반정’으로 명명하자고 주창한 적이 있다. 그러나 5·18을 역사로 올려놓기에는 아직도 미결의 의문점이 적지 않다. 진상도 완전히 밝혀졌다고 보기 어렵고, 자칫 역사의 미궁으로 감춰질 소지도 있다.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 의지가 없으면 국민의 무관심 속에 상처는 영원한 흉터로 남을 수도 있다. 진실에 대한 목격자이면서 또다른 희생자인 진압군이들의 체험 고백은진실을 복원하는 일이며 그들에겐 중압감 치유 묘약 우선 역사진실 규명의 차원에서 당시 광주 진압에 투입된 사병(공수부대원)들의 진실한 현장체험담과 양심 증언을 광범위하게 수집·조사해야 한다고 본다. 진압 과정이나 방법, 특히 사망자와 실종자 규모 파악 및 암매장 소재지 등 현안의 진실 규명에 유일한 목격자요 증인은, 당시 군대 지휘명령 체계에 복종하여 살육의 수단과 도구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진압에 투입된 공수특전단 요원들도, 직접 살상당한 희생자에 버금가는 또다른 부류의 희생자다. 사실 이들은 아직까지 신원되지도 못하고 보상받지도 못한 채, 억울하게 신음하고 있는 특수한 피해자들인지도 모른다. 그들 중에는 강요된 명령에 따라 양민을 도륙한 죄책감에서 27년이 지난 지금까지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떨며 심지어 정신착란까지 겪고 있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들한테 당시 체험을 진술·고백할 기회를 주는 것이야말로, 정확한 피살자 규모를 파악하고 암매장 지점을 발굴하여 5·18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는 지름길이다. 이들 자신의 정신적 중압감을 덜어주고 치유하는 데 가장 효과있는 묘약이 될 것이다. 5·18 특별법에서조차 이 부분을 간과하고 방치한 점은, 진실로 이해할 수 없는 무성의 내지 몰이해·몰지각의 소치라고 생각된다. 더 늦기 전에 이들의 증언진술을 공개로 채집하는 특단의 조처가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이들도 억울한 원통을 풀고 살육의 죄책감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광주시민을 비롯한 국민 모두가 진정한 ‘광주반정’으로 기억하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수행하고 해결해야 할 도덕상·법률상 의무이자 시대사명으로 남아 있다. 그들의 행복추구권을 되찾아주는 것은, 바로 저승에서 방황하고 있을 5·18 희생자 원혼의 원한을 풀어 주는 일이며 서로 다른 두 희생자 사이에 영적인 화해를 이루는 일이다. 궁극에는 진정한 민주와 정의와 평화를 확보하는 일이다. 김지수 /전남대 법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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