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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4 19:35 수정 : 2005.03.24 19:35

손은 한 사람의 살아온 내력이라고

거칠어 본 적 있느냐고

아니면 거친 손을 잡아본 적이라도 있느냐고

나이 들수록 손이 곱다는 것은 부끄러움이라고

나비 한 마리 나를 질책하며 머리 위에 맴돌 때

차가운 바람 불지 않아도 짐짓

어두운 골목 입구에서는 습관처럼

주머니에 손 감춘 채 분홍빛 심장 들고 서 있다


펄럭이다 목 뒤로 넘어가는 넥타이 잡으려고

허공 속으로 손 먼저 내밀면

달빛은 한발짝 더 벌어지고

빈 그릇에 환한 구름 잉크처럼 번지는데

누군가 소리 없이 다가와

때로는 섬세함이 미덕일 수 있다며

내 손에 불쑥 눈물방울 떨군다

헐렁한 손가락과 손가락은 금세 뜨거워지고

허기진 사랑 채우려 가슴 모조리 비워 둔 채

견고한 지상과 소통하기 위해 고개 수그리면

어느새 너와 나 잡은 손 사이로

푸른 힘줄 세차게 굽이치는 것을

무뚝뚝한 열두 굽이의 시간 속에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상생의 바다가 놓이고

조용한 무게로 반짝이며 물결치고 있다

조성범/과천중앙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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