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지난 4월27일 서울고법에서 ‘수능 원데이터 및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 자료 결과를 공개하라’는 판결에 이어, 지난 4월30일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교육 관련 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몇 가지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수많은 예민한 교육 정보가 공개될 수밖에 없다. 과거 실시하였던 수능 원점수와 학업 성취도 결과는 물론, 교육기관정보공개법에 따라 앞으로 초·중등 교육기관은 학업 중단 등 학생 변동 상황, 학년별, 교과별, 교과학습 발달에 관한 상황, 보건 관리, 환경 위생, 학교 폭력 발생 현황 및 처리에 관한 사항, 학업 성취도 평가에 관한 기초 자료 등 15가지 교육 정보를, 고등교육기관(대학)은 입학 및 졸업생의 진로에 관한 사항, 교육 여건, 학교 운영 상태 등 13가지 교육 정보를 공개해야만 한다. 학업 성취도·대학 진학률 공개긍정 작용하리란 생각은 순진
서열화 조장 입시경쟁 부추겨
자칫 3불정책도 무너진다 교육기관의 정보 공개는, 일각의 주장처럼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교육 기관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측면도 있다. 또한 심각한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올바른 대안 마련을 위한 과학적인 연구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다. 서울 고등법원의 판결 이유나, 교육기관정보공개특별법을 제정한 목적도 이 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판단이 우리 사회가 치열한 입시 경쟁 체제라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 입시가 사교육에 의해 결정되고 학생의 능력이 아니라 학부모의 배경적 요인이 중시됨에 따라 입시에 좀 더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학부모들은 엄청난 사교육비를 부담하고 있고, 또 초등학교는 물론 유치원생들에까지 특목고 광풍이 불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학업 성취도 결과나 대학 진학률 등의 자료 공개가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오히려 학교나 지역 간의 서열화를 조장하고, 입시 경쟁을 더욱 강화해 공교육이 황폐화되며, 학교 선택제와 연결되어 결국 평준화 해체로 연결될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고수하고자 하는 대학 본고사와 고교 등급제 금지 등 3불정책도 무너질 것이다. 물론 정보 공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보 공개의 방법과 범위를 엄격히 통제하고(대통령령으로 정하고), 학업 성취도와 같은 예민한 정보는 활용 대상이나 분야를 제한함으로써 그러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치열한 입시 경쟁 체제에서 공개된 정보의 악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제 불가능한 정보를 공개하자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자는 주장처럼 무책임한 주장이다. 지금이라도 무분별한 교육 정보 공개는 재고되어야 한다. 수능 원점수 및 학업 성취도 공개 판결이 나오자 교육인적자원부는 대법원에 즉시 상고한다고 했다. 대법원이 우리 사회의 입시 교육 현실을 제대로 본다면 상고심에서 정보 공개에 대해 신중한 판결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회에서 의결된 교육기관정보공개법은 평준화 정책의 근간을 흔들 뿐만 아니라, 교육불평등 해소를 위해 3불정책을 고수하려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다.
김학윤/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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