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7년을 끌어온 서울 원지동 추모공원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지난달 대법원에서 서울시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일단락됐다. 단순히 판결 결과만 놓고 보면 서울시가 승소하고 현지 주민들이 패소를 한 모양새다. 판결 이후 서울시에서는 사업 추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어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서울추모공원은 하루빨리 건립돼야 한다는 점에서 몇가지 제안을 한다. 첫째, 서울시 당국은 지난날 잘못된 도시경영에 대한 진솔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1960~70년대에 이른바 도심 부적격 시설이라는 이유로 화장장을 서울 밖으로 밀어냈다. 그 과정에서 장묘시설에 대하여 단 한번도 깊은 연구나 정책적인 배려를 한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그 결과 오늘날 서울은 죽은 자의 공간이 전혀 없는 세계 유일의 도시가 되어 버린 것이다. 과오를 씻는 데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건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죽은 자 공간 없는 세계 유일의 도시원정 화장 현실화 ‘화장 대란’ 코앞
지역민과 가슴으로 대화 나눌때 둘째, 현지 주민들에게는 대범한 양보를 부탁하고 싶다.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화장시설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닿지 않겠지만, 문제는 심각한 수준 그 이상이다. 춘천·원주 등 원정 화장까지 해야 하는 현실은 이미 ‘화장 대란’이 머지않았음을 예고한다. 현대 도시에서 다수 시민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큰 양보가 필수다. 왜 하필 우리 지역인가라는 생각과, 입지 재검토와 같은 기존의 주장을 다시 끄집어내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는 점을 숙고해 주기 바란다. 셋째,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현지 주민들이 당하는 유형 무형의 손실을 보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이 민주주의적 명제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가 인식해야 할 것이다. 특별한 보상을 위한 범시민적인 따뜻한 배려와 시민사회의 중재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넷째, ‘원지동 추모공원’이라는 명칭을 어느 누구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애초 건립계획에 있던 명칭은 ‘서울시립 제2화장장’이었다. 명칭이 주는 혐오감을 덜고자 ‘서울추모공원’ 건립계획으로 바뀐 것이다. 그랬던 것이 어느 틈엔가 슬그머니 지역 이름을 붙여 ‘원지동 추모공원’으로 불리고 있다. 명칭 문제를 소홀히 하다가는 또다른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벽제 화장장과 묘지가 있는 지역에서 동명을 바꾸어 달라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음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머리를 앞세우지 말고 따뜻한 가슴으로 대화를 나누면 풀리지 않을 일은 없을 것이다. 서울 추모공원을 하루빨리 제대로 짓기 위해 조속한 대화와 함께 시민사회의 성숙한 지원을 촉구한다.
박태호 장묘문화개혁 범국민협 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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