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생식세포 이용’ 우려스런 합법화 기고글을 읽고 “생식세포 이용 우려스런 합법화”라는 <한겨레> 5월25일치 구인회 교수의 글을 읽고, 구 교수가 지적한 내용에 대해 공감하는 점도 있으나, 일부 오해가 있는 내용이 있어 생식세포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의 제정 과정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이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생식세포관리법’ 제정의 취지는 1985년 국내 최초 시험관아기 탄생 이후 20여년 동안 보조생식술이 급속히 발전하여 한해 수천여명의 시험관아기가 탄생하고 있으나 보조생식술에 대한 관리 체계는 없어, 더는 그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 있었다. 구 교수가 주장한 “연구를 위한 생식세포 확보라는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내용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제정안 제13조 제2항에서 연구를 목적으로 난자를 채취·기증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불임치료 목적으로 채취한 난자 중 잔여 난자에 한해서만 엄격한 규정 및 절차에 따라 제공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안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지정 기증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단지 불임환자 또는 환자의 친족으로 기관위원회 심의·승인을 받은 경우는 가능하나, 이 경우도 8촌 이내의 일부 혈족 간의 기증은 금지하여(제정안 제15조 제2항), 근친에 해당되는 혈족관계의 기증을 금지했다. 생식세포의 수증이 유일한 임신 방법인 불임부부들이 현실적으로 타인으로부터 기증을 받기가 대부분 불가능한 현실에서, 구 교수가 우려하는 대로 가족관계의 질서와 조화를 최대한 유지하는 가운데 불임부부들의 절실한 치료요구를 수용하고자 고심했다. 수증자 선정 때 수증자의 피부색, 혈액형 등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당연한 일이며, 이는 사회적, 의학적 적응증에 해당되는 기본 내용으로서 ‘맞춤아기’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참고로 지적한 ‘맞춤아기’를 만들까 우려하는 사항은 생명윤리법 여러 조항(생명윤리법 제13조 제2항 제1호, 제25조 제2항, 제36조 제2항)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다.한해 시험관아기 수천명 탄생
보조생식술 규정 없어 문제 방치
친족에 한해 기증토록 정했으나
8촌 이내 혈족 금지해 근친 아냐
잔여 난자도 시술자 맘대로 못해 “잔여 난자는 당사자인 여성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술자가 결정할 것이므로 남용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한 내용과 관련해서는, 약자의 위치에 있는 여성에게 법안이 제정되지 않은 현재 그런 우려가 오히려 더 크다. 이를 방지하고자 동의에 필요한 절차 등을 명확히 규정했고 이를 배아생성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지키도록 정함으로써 여성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그리고 불임부부의 절실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 선의의 생식세포 기증자가 피해를 보거나 곤란한 처지에 놓이지 않도록 정보범위를 기증자가 정하도록 하였고, 선의의 기증자에게 실비를 제공하는 규정은 기증 때 실제로 소요되는 시술 관련 직접경비(의료비, 교통비 등)와 시간 손실에 따른 소정의 실비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는 이미 선진 외국에서도 많은 사례가 있으며, 생식세포 기증에 따른 희생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일 뿐이다. 이 세상 그 어떤 부부도 자신의 정자, 난자로 유전적인 자신의 자식을 가지고 싶어하지 결코 타인의 생식세포를 이용해서 아이를 가지겠다는 부부는 없다. 비배우자 간 임신 시술은 인공수정이든 체외수정이든 생식세포 기증과 수증 방법이 유일한 치료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하는 것이다. ‘만연’ ‘남용’ 등의 용어를 쓰기에 앞서 불가피하고도 절실한 이러한 고통과 절박한 심정을 헤아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응기/동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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