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기스트’(GIST)라는 희귀암 환자의 가족이면서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모임을 5년째 운영하는 사람이다. 그동안의 환자단체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몇몇 시민단체와 함께 ‘환자 복지센터’라는 환자들을 위한 복지 기관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환자복지’라는 말은 생소할 것 같다. 하지만 가끔은 왜 지금까지 환자복지라는 말이 없었을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것은 ‘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이 환자들을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쉽게 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직 낯설겠지만, 정작 암이나 심혈관 질환, 희귀난치 질환과 같이 장기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가족들 처지에서 환자복지는 매우 반가운 것일 수밖에 없다. 이런 환자들은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는 기간보다 퇴원하여 병원에 외래치료를 받으며 집안에서 생활하는 기간이 훨씬 길기 마련인데, 이때 환자와 가족들이 온전히 그 부담을 안아야 한다. 문제는 이 기간 환자와 가족을 위한 사회서비스가 전혀 없어서 도움을 청할 만한 곳도 거의 없다는 데 있다. 한 번 입원할 때 그 기간이 길어야 60일 전후라고 한다면 그 외 대부분의 시간은 환자들이 집안에서 치료하며 지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장기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간병을 담당하고 있는 그 가족들은 서서히 지쳐가고 부담을 느끼게 된다. 환자들의 경우 치료비와 간병 부담을 지고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신이 앓는 병이 나아질지 아니면 악화될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 활동범위나 사람들과 만나는 범위가 매우 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장기치료 환자들한테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문제가 흔히 발생하기도 한다. 환자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가족들은 환자를 위해 간병부담을 서로 나누어야만 하는데 이 때문에 직장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스트레스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집에서 보살펴야 하는 장기치료환자는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
가족도 간병 부담 스트레스
‘환자복지 공공서비스’ 전무
민간서 ‘환자복지센터’ 추진
개소 계기로 공공 관심 확대되길 이런 점에서 볼 때 장기치료 환자와 가족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간병지원’뿐만이 아니다. 심리·정신적 건강을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는 물론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모임을 소개하고 안내하며, 환자와 가족을 위한 운동, 문화활동, 생태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처럼 환자와 가족들에겐 여러 각도에서의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바로 이런 모든 서비스를 통칭하여 환자복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환자 복지 서비스’는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사회 서비스’이어야 함에도 우리나라엔 환자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직 없다. 이제 몇몇 환자단체와 시민사회 단체가 힘을 모아 민간 차원에서 ‘환자복지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이 활동의 목표는 환자 복지 서비스를 우리 사회의 중요한 사회 서비스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들에게 투병에 전념할 수 있는 긍정적인 환경을 만들어주고 가족들에게는 환자를 돌보는 것을 간접적이나마 돕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공공서비스로 시작했다면 훨씬 큰 규모에서 훨씬 많은 환자들이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무척 아쉽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6월 말, 7월 초께 정식으로 시작될 환자 복지 서비스는 우리나라에 환자 복지 개념을 제기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비록 시작은 미약하더라도, 향후 우리 사회의 관심과 참여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양현정/희귀암(GIST)환우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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