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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14 17:45 수정 : 2007.06.14 17:45

왜냐면

교육인적자원부는 13일 중·고교 음악·미술·체육 평가 기록방식을 2009년부터 우수·보통·미흡 3단계 절대등급으로 평가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교사는 물론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과 논의 과정마저 완전히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한 방안이어서 교육자적 열정에 심각한 상처를 주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월 교육과정 개편 과정에서 이번 정책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관련 전문가들의 참여를 배제하고 한국교육개발원(이하 개발원)에 비공개리 연구를 맡겼다. 그리고 5월 말에 개발원의 중간 연구 결과를 놓고 역시 비공개리에 내부 협의를 하여 6월8일 급작스럽게 공개토론회를 개최하였다. 공개토론회라고는 하지만 체·음·미 교과 교사와 관계자들에게 홍보를 하지 않은 채 열린 사실상 비공개 토론회였다. 연구 담당자와 교육부 담당자는 토론 과정에서 나온 질의와 문제제기에 대하여 대답을 회피하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였다고 한다.

추진과정서 일선 교사·전문가 배제
비공개리 연구한 뒤 결과도 비공개
‘내신제외’라는 결과 맞춘 조작적 연구
예체능 교육 자체가 마비될 것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체·음·미 교과의 내신 제외라는 결과에 맞춘 조작된 연구를 진행시켰다. 실제로 개발원의 연구 내용에는 체·음·미 교과 평가의 표기방식 전환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근거자료가 없으며, 그나마 전체 연구 내용이 공개되지도 않고 있다. 특히 설문조사 결과는 2003년 교육과정평가원의 동일한 주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조사 대상과 질의 내용 등이 정확히 비교되어야 한다. 그러나 발제문에는 결과만 나타나 있다. 이는 설문조사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교육부 담당자는 애초 이번 정책 추진 과정에서 체·음·미 교과의 평가방식 전환이 학생들의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를 경감시켜 줄 것이라며 정책 추진의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개발원의 연구 내용에는 실제로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를 경감시킬 것이라는 어떠한 근거자료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와 반대로 체·음·미 교과의 평가방식 전환이 교과 자체에 대한 경시풍조를 가져와 수업 운영 자체를 어렵게 함은 물론, 국·영·수 등 주지교과에 대한 학습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사실 교육부의 이번 정책은 교육 문제의 본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가 주지교과 중심의 입시경쟁 구조에 있으며, 이것이 여타의 의미 있는 교육활동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다. 이러한 교육 문제의 본질을 무시하고 그동안 주변 교과로 무시되어 온 체·음·미 교과의 교육을 또다시 어렵게 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교육당국 스스로 교육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처사인 것이다.

이번 정책을 추진하는 담당자는 많은 언론보도를 통해 입시에서 내신 성적의 반영 방식은 대학의 일이며, 이번 정책이 결코 내신 제외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지교과가 현행 9등급과 원점수로 표기되어 제공되는 상황에서 체·음·미 교과만을 따로 표기할 경우에 사실상 대학이 반영하고 싶어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결국 교육부에서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체·음·미 교과의 학생부 표기방식 전환 정책은 정책 추진의 당위성이 부족함은 물론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만일 이번 정책이 일방적으로 추진된다면 그 부작용에 따른 고통은 고스란히 우리 학생들과 체·음·미 교과 교사들, 그리고 우리 교육 전체가 짊어져야 할 몫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교육 당국에서는 지금이라도 정책 추진을 보류해야 하며, 충분한 논의와 의견 수렴의 과정을 거쳐 정책 당사자들과 국민들의 이해를 토대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병호 전국체육교사모임 대외협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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