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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18 17:43 수정 : 2007.06.18 17:43

왜냐면

지난 5월, 지역 케이블방송에서 녹화방송해 주는 ‘2008 대학입시 공동설명회’를 시청하다가 놀라운 주장을 접했다. 서울 소재 유명 대학의 입학처장들이 나와서 ‘내신 성적에 신경쓰지 말라. 그동안 우리 대학은 교과 성적 평어 ‘우’ 이상이면 교과 만점으로 처리했다. 이를 2008 입시안에서 등급으로 환산하면 교과 4·5등급이다. 그러니 수능 성적으로 승부하라’는 내용을 누누이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은 정부의 2008 내신 중심의 입시에 완전 배치되는 ‘내신 무시 입시안’인 것이다.

사립대학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교육부가 강력대응 방침을 밝힌 뒤, 사립대학들은 ‘확정된 바는 없다, 검토안 중의 하나일 뿐이다’라는 식으로 주춤하고 있지만, 내신 중심이라고 하는 교육부의 ‘2008 입시안’에 따라 학생들이 우정까지 반납하며 내신 경쟁을 해왔는데 이제 와서 뒤통수를 치듯이 내신 무시 입시안을 제시하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폭력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이번 발표는 교육부의 방침과 대학들의 공식 발표만 믿고 있던 대다수 학부모, 학생들을 우롱한 것인 동시에 국가정책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거대 사학들의 패권주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08 입시안은 학생 우롱한 폭력
주요 사립대에 서울대까지 가세
내신 무력화로 강남·특목고 우대
내신은 공교육 지킬 마지막 수단
이참에 입시폐지 진지한 논의 있어야

한편 서울대는 ‘1·2등급 만점’을 내세우며 이 논쟁에 필사적으로 뛰어들었다. 어차피 서울대는 대체적으로 내신 1·2등급 학생만 가는 상황인데 이 말은 결국 내신 성적이 참고자료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서울대가 이렇게 버티는 까닭은 2007년에도 시행했다는 것인데, 2007년 입시는 절대평가 방식과 내신 성적 부풀리기로 내신의 신뢰성 문제가 제기된 경우이고, 2008년은 9등급 상대평가인데 이를 같다고 해석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이는 내신 성적을 약화시키려는 의도이고, 결과적으로 특목고, 강남지역 고교, 비평준화 지역의 일부 고교 우대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도 지방 학부모들은 ‘우린 서울대는커녕 서울 소재 대학에 보내기도 이미 절망적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입시경쟁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최소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입시체제여야 한다. 대입 3불 정책이 공교육과 평준화를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것처럼, 내신 중심의 입시전형도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차선책이다. 일각에서는 수능 하나만이라도 잘하면 대학 갈 수 있는 것이 전형의 단순화나 내신 보완책으로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능은 결국 경제적 배경에 의한 ‘사교육’을 얼마나 잘 받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하위 계층과 지방 소외지역의 학생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한편 수능이 패자부활전 기능을 한다고 하나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학생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제 몇 달 뒤면 2008 대학입시를 치러야 한다. 시행 전에는 지금처럼 내신이냐, 수능이냐, 논술이냐, 재수생이 유리한가 등의 문제로 떠들썩하겠지만 결국 이는 한시적 쟁점일 뿐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내신, 수능, 논술시험을 어떤 비율로 조합해야 환상적인 입시안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고민해 왔다. 그러나 어떻게 바뀌든 사교육비는 증가하고 학생들은 입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대입 경쟁 담론을 벗어나 대학 서열 완화, 나아가 입시를 폐지하는 것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그동안 일부에서는 줄기차게 입시 폐지와 대학 평준화를 주장해 왔으며, 비록 대선을 노린 선심성 공약 차원이긴 하지만 간간이 입시제도 폐지를 언급하는 단계까지 왔다. ‘입시 폐지’, 이제는 모두가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논의하며 그 꿈을 구체화하는 수준으로 올라서야 할 것이다.

김정명신/함께하는교육 시민모임 공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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