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생식세포 우려보다 현실을 보자’ 반론 / <한겨레> 5월25일치 필자의 기고문을 읽고 민응기 교수가 쓴 6월7일치 ‘생식세포 우려보다 현실을 보자’는 글에 대해 재반론을 하고자 한다. 민 교수는 법 제정안에서 “연구를 목적으로 난자를 채취·기증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불임치료 목적으로 채취한 난자 중 잔여 난자에 한해서만 엄격한 규정 및 절차에 따라 제공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예외규정을 둬 결국은 금지조항이 의미 없음을 왜 침묵하는가. 법안을 보면, 본인의 불임치료 목적으로 채취한 난자 중 잔여난자와 희귀난치병 환자의 난자는 연구에 이용할 수 있으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20살 이상의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 타인의 불임치료를 위해 기증한 난자 중 일부도 연구에 이용할 수 있다. 더구나 잔여난자는 이미 사용하고 남은 난자뿐 아니라, 채취 때 앞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분류하는 난자도 포함된다. 민 교수는 “법안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지정 기증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단지 불임환자 또는 환자의 친족으로 기관위원회 심의·승인을 받은 경우는 가능하나, 이 경우도 8촌 이내의 일부 혈족 간의 기증은 금지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안은 남편의 정자와 수정할 난자를 남편의 8촌 이내의 혈족인 여성이 기증하는 경우와 부인의 난자와 수정할 정자를 부인의 8촌 이내의 혈족인 남성이 기증하는 경우만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부인 혈족의 난자와 남편의 정자를 이용하거나 남편 혈족의 정자와 부인의 난자를 이용해 출산할 수도 있다. 이는 남편의 아버지나 형제의 정자를 이용할 수 있으며, 부인의 어머니나 자매의 난자를 이용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대를 이어야 한다는 가부장적 의식의 잔재가 만연해 있는 우리 현실에서, 실제로 시아버지의 정자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근친상간적 의미가 없겠는가? 친할아버지가 동시에 아버지가 되고 아버지는 형제가 된다면, 가족관계 질서는 유지될 수 없다. 또 외할머니나 이모도 생물학적 엄마가 될 수 있으며, 제부의 정자를 이용하는 경우 이모부가 유전적 아빠가 된다. 이런 일은 반드시 금지되어야 한다. 배우자 혈족의 정자·난자 기증 허용연구목적 난자 채취 금지했지만
예외조항 둬 금지조항 유명무실
타인의 생식세포 이용 불임치료 아냐 잔여 난자는 여성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술자가 결정할 것이므로 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필자의 지적에 대해서, 민 교수는 “법안이 제정되지 않은 현재 그런 우려가 오히려 더 크다.” “여성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고 주장하나, 그보다는 초기 인간생명인 배아의 희생, 여성의 도구화, 생명조작의 위험 등 수많은 윤리적 문제를 야기하는 난자기증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민 교수는 “불임부부의 절실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 선의의 생식세포 기증자가 피해를 보거나 곤란한 처지에 놓이지 않도록 정보범위를 기증자가 정하도록 하였고”, 실비 제공은 “실제로 소요되는 시술 관련 직접경비(의료비, 교통비 등)는 희생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일 뿐”이라고 주장하나, 태어날 아이의 권리도 중요하다. 비배우자 간 임신 시술을 통해 태어난 아이는 행복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타인을 위해 난자를 기증하는 취약 계층의 여성에게 실비 제공은 그것이 얼마이든 하나의 미끼가 될 수 있다. 또한 민 교수는 “비배우자 간 임신 시술은 인공수정이든 체외수정이든 생식세포 기증과 수증 방법이 유일한 치료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타인의 생식세포를 이용하는 것은 불임치료가 아니다. 자신의 유전적 아기를 출산하는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입양 권고가 옳을 것이다.
구인회/가톨릭의대 인문사회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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