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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1 17:09 수정 : 2007.06.21 17:09

왜냐면

지난 4월 부산시는 ‘낙동강 하구 명지대교 건설 중지 가처분 신청’(이하 명지대교 소송)을 제기했던 부산 시민 6명에게 소송비용을 부담하라는 납부고지서를 발부했다. 작년 10월 대법원 판결 이후, 민사소송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패소자 소송비용 부담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과연 명지대교 소송을 일반적인 민사소송의 사례로 다뤄도 될까? 명지대교 소송은 자연생태계가 우수하여 문화재 보호구역, 습지 보전지역, 자연생태계 보전지역 등 5개 법률로 보호하고 있는 낙동강 하구를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하자는 취지로 낸 공익소송이다.

낙동강 하구에 명지대교가 들어서 생태계가 파괴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누가 볼 것인가? 반대로 낙동강 하구에 명지대교 건설이 취소되어 생태계가 보전된다면 이익은 누가 볼 것인가? 누구든 선뜻 납부고지서를 받은 부산 시민 6명이라고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민사소송에선 결과에 따라 원고 또는 피고에게 손실과 이득이 발생한다. 그러나 명지대교 소송과 같은 공익소송의 경우는 원고가 소송의 결과와 특별한 이해관계를 갖지 않는다.

그렇다면 부산 시민 6명에게 청구된 납부고지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리는 이미 명지대교 소송 진행 과정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공공의 이익을 훼손시키는 행위에 대한 권리구제에 얼마나 취약한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1심과 2심에서는 신청인들이 환경 피해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이유, 즉 사익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 적격이 인정되지 않아 기각된 바 있다. 그리고 최종심에서는 원고 적격을 인정받아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환경교육 교사로서 명지대교가 건설되면 환경교육 터가 파괴되어서, 일터를 잃게 된다”는 사익을 주장해야만 했다. 이로써 겨우 대법원에 가서야 원고 적격을 인정받게 되었다. 현행 법제도 아래서는 공익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부산 명지대교 소송 패소한
시민 6명에게 소송비 내란다
실제 공익 위한 소송이지만
사익 주장해야만 원고 적격 인정받아
환경권 있는데 사법해결 차단돼

반면, 독일·미국·영국·스위스 등 세계 여러 나라는 환경 문제로 인한 권리침해를 구제하고 국민 다수의 환경권을 보장하고자 단체소송, 시민소송 혹은 집단소송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또한 국제협약상, 1998년 ‘오르후스 협약’은 환경권을 보장하는 방안으로서 사법 접근성에 대한 권리를 제시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공익소송 제도는 환경 문제와 같은 공공의 문제에 대해 절차적으로 권리구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나라 헌법 제35조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국민의 환경권을 원론적으론 보장하고 있지만, 원고의 적격 여부, 소송비용 문제 등으로 사법적 해결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모두가 사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회는 별로 아름답지 않다. 환경은 한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모두의 것이듯, 낙동강 하구 역시 부산 시민 6명의 것이 아니다. 환경이 파괴되지 않게 하기 위해, 부산 시민과 미래세대의 환경권 보호를 위해 앞장선 그들이 사법제도에 접근하는 것조차 막아서야 되겠는가.

이익사회의 울타리를 넘어 미래와 공동의 이익을 모색할 더욱 근원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환경 분쟁을 해결할 절차적 방안을 포함하여 공익소송이 하나의 법적 현실로 인정될 수 있도록 진지한 논의가 열리기를 촉구한다.

정연경/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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