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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5 17:36 수정 : 2007.06.25 17:36

왜냐면

‘유류세 인하 논쟁, 나무보다 숲을 봐야’ 반론

최근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대다수 국민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유사들은 거의 묵묵부답으로 문제 해결을 회피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 이런 터에 조세연구원 성명재 선임연구위원이 기고한 ‘유류세 인하 논쟁, 나무보다 숲을 봐야’(〈한겨레〉 6월22일치 33면)라는 글은 자칫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왜곡된 현실을 고착화하는 명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중히 반론하고자 한다.

성 위원은 현재의 유류세 인하 요구가 경제 이론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하면서 몇 가지 근거를 제시하였다.

첫째, 소득 대비 유가 비교가 부적절함을 주장하면서 유가 결정에 소득의 역할은 작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라면 오히려 우리나라가 후진국에 비해 낮은 유가 수준이라고 했다. 또 수요관리 차원에서 소비감축을 유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도 했다. 이를 풀이하자면 유류가격은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시장경제 시스템의 기본인 수요 공급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도 당연한 것이므로 소득과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으며 비싸면 소비하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

기름 필수소비재 된 지 오래
가격 대비 소비 비탄력 품목
오른다고 소비 줄지 않는다
외부비용 인정하더라도 60% 지나쳐
독점 정유사와 부정한 공생 떨쳐야

일견 근거가 있는 듯 들리지만 이것이야말로 숲이 아닌 나무를 보는 주장이다. 우선 시장가격이 형성되려면 생산자 간, 소비자 간 자유로운 경쟁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 정유시장은 5개 대기업이 시장 자체를 과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실제로 높은 공장도 가격을 묵시적으로 유지하는 담합 의혹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애초 공급가격 결정에 경쟁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이다. 이렇듯 공급가격 자체도 문제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름이라는 재화의 속성에 따른 수요의 문제, 즉 가격 대비 수요의 비탄력성이다. 기름이 더는 ‘특별소비’가 아니라 생산의 필수요소이자 소비의 필수요소가 된 지 오래다.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소비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가격이 오를수록 국가경제를 위축시키고 특히 서민의 가계 부담을 극단으로 내몰 뿐이다. 유가상승은 곧바로 실질적인 가계 가처분소득의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점에서 절대소득의 크기가 큰 선진국과의 소득 대비 비교가 무의미하다는 성 위원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반대로 도로나 정유시설 등 사회적 인프라도 열악하여 애초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있고 가계의 절대소득의 크기가 작아 최소한의 생활에 급급한 후진국과의 비교는 낯 뜨거운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유가 결정은 시장원리에 앞서 정부가 개입하여 통제하고 관리하여야 할 당위성을 지니는 것이다.

둘째, 석유류는 환경오염 및 교통 혼잡 등의 부정적 폐해로 외부비용이 발생하므로 이를 상쇄하는 세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초점은 과세항목 및 그 크기의 적정성이다. 생필품인 기름을 한번 소비하는 데 교통세, 교육세 및 기타 준조세 등 온갖 명분의 항목으로 소비자 가격의 60% 가까이 부담시키는 것은 얼마나 가혹한 일인가?

과세 항목의 적정성을 보자면, 가령 유류세 항목 중 하나인 교통세의 경우 2006년까지 한시적인 목적세였는데 2007년 현재까지 존속되는 건 납득할 수 없다. 더욱이 유류세는 간접세다. 같은 양의 기름을 소비할 경우 재벌에게나 서민에게나 꼭 같은 금액을 거두어들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서민에게 가혹한 역진세의 성격을 띠고 있다. 외부비용을 해결하고 교육 인프라 확충 등 기타 재원을 확보하려면 종부세와 같은 누진세를 확충하는 방식으로 과세 대상 재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손쉽게 막대한 세금을 거두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인하를 꺼려온 것이라면, 그리고 정유사들에 대한 묵시적인 방관으로 부정적 공생을 유지하고 있다는 오해를 벗어나고자 한다면, 정부는 즉시 유류세를 대폭 인하하고 정유사는 투명한 원가공개와 자유경쟁으로 가격을 결정하여야 한다.

김동조 오산대 경영계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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