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최근 23개의 미군기지가 공식적으로 한국에 반환되었다. 공개된 오염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 기지의 치유비용은 27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270억원이란 추산치는 반환된 기지를 앞으로 공장용지 또는 도로·철도용지로 사용할 경우에 적용되는 비용이므로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리고 정부 추산치에는 오염된 지하수의 정화비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적정 치유 단가를 적용하고 지하수 정화비용을 포함시키면 6000억원 가량 치유비용이 들 것이라 한다. 반환된 기지의 오염 실태조사가 비상식적으로 짧은 기간에 이루어진 점을 고려하면 6000억원보다 더 많은 치유비용이 들 가능성이 크다. 한·미 두 나라의 이번 반환 합의는 한국 국민에게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안겼다. 이와 같이 재정적 부담을 초래하는 의사 결정을 국민에게 알리지도 아니하고 국회 동의를 거치지도 않은 채 정부가 임의로 하였다는 것은 중대한 헌법적 문제를 야기한다. 우리 헌법에서는 국가의 재정에 관한 사항은 국회 의결을 거치거나 법률에 의하도록 하고 있으며, 국가에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을 체결할 때에는 역시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 3년 전 한-미 기지반환 합의에서오염치유는 미국이 한다고 했는데
한국민에게 막대한 비용 떠넘겼다
재정부담 초래하는 의사결정을
국회 동의 거치지 않으면 위헌 국회의 동의를 거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과 미군기지 이전협정이 과연 이런 재정적 부담을 국가가 떠맡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가. 주둔군지위협정에서는 반환기지의 환경문제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채 ‘미군이 기지를 반환할 때 원상회복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 규정이 환경오염을 방치한 상태로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석한 바 있다. 미군기지 이전협정에 의하면, 한·미 양국은 반환기지를 ‘주둔군지위협정 및 관련 합의’에 따라 치유하기로 합의하였다. 여기서 ‘주둔군지위협정 및 관련 합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와 관련하여 2004년 외교통상부는 국민과 국회를 상대로 ‘환경조사는 한·미 양쪽이 공동으로 하고, 오염치유는 미국이 하게 된다’고 널리 설명한 바 있다. 이제 와서 외교통상부는 환경양해각서가 정하고 있는 치유기준인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이 존재하는 기지가 없다는 미국 쪽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반환되는 기지들의 오염실태의 심각성은 충분히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에 해당된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과 환경부의 견해다. 결론적으로 이번 미군기지 반환 합의는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아니한 채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국가에 야기하였고 한-미 주둔군지위협정과 미군기지 이전협정에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없으므로 재정국회주의에 위반된다. 현재 정부의 태도를 보면 앞으로 남은 미군기지의 반환에서도 이런 위헌적인 결과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런 위헌적인 결과를 회피하려면, 반환받을 기지의 환경치유 비용을 계산한 뒤 반환 여부를 국회 의결을 거쳐 결정하거나 반환협상 이전에 주둔군지위협정이나 미군기지 이전협정을 개정하여 이 문제를 좀더 명확히 해야 한다. 채영근 인하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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