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각종 특혜로 성장한 재벌이 영세한 국내시장에일본 끌어들이는 것은 상도와 정서에 반하는 행태 국내 재계순위 5위의 롯데그룹이 지난 7월1일부터 여행업에 진출했다. 더구나 롯데그룹은 일본 최대의 여행업체인 제이티비(JTB)와 합작 형태로 여행업을 시작해 10만명이 넘는 국내 여행업 종사자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롯데제이티비는 2011년 120만명을 국외로 내보낼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국내 전 여행업계가 연간 송출하는 인원의 3분의 1에 해당된다. 여행업 구조에 비추어 볼 때 롯데제이티비가 국외에 보내는 우리나라 여행객들은 당연히 제이티비의 국외 지점망을 통해 현지 관광을 치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관광객들의 현지 행사를 대행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수많은 교민들의 현지 여행사들도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롯데그룹은 호텔·백화점·제과업·테마공원·마트·면세점 및 카드업 등의 사업으로 기반을 닦아 국내 5위의 재벌로 성장해 온 기업이다. 정부시책인 관광입국에 앞장선다며 국영 관광공사 소유의 반도 호텔을 비롯해 산업은행 옛 본점과 국립중앙도서관 땅을 모두 차례로 손에 넣어 롯데호텔과 백화점을 건립해서 이른바 롯데왕국을 조성하는 데 성공했고, 이것이 오늘의 롯데그룹 모태가 됐다. 각종 특혜로 성장한 재벌그룹이 아직도 영세한 서비스산업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국내 여행업 시장에 일본기업까지 끌어들인다는 것은 금도에 맞지 않고 한국인의 정서에 반하는 행위이다. 기업이 경쟁의 공정성과 사회 공헌성을 지닐 때 윤리적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대기업이 외국 여행사를 끌어들여 국내 중소 여행사들의 설자리를 빼앗는 것은 기업간의 공정한 게임의 룰에도 크게 어긋나는 일이다. 롯데그룹은 태생 자체가 일본의 자본을 도입하여 주로 소비재 생산과 유통업 중심으로 성장한 재벌기업으로, 지금 일본 태생의 2세에게 경영권이 인계되는 재벌 세습 과정에 있다. 2세 경영자는 이번에 일본 제이티비와 합작해, 한국의 여행시장을 일본시장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의 한-일 관계를 보면 독도 영유권 주장, 위안부 문제, 야스쿠니 신사 문제 등으로 한국인들의 반일 정서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그룹의 이번 여행업 진출 결정은 한-일 관계의 대국적인 장래를 보지 못하고 근시안적인 임시방편으로만 대응하려는 처사다. 또한 롯데그룹이 알아야 할 것은 롯데가 일본기업과 여행업에 진출하면 다음에는 삼성이 나서고 일본에서도 제이티비 버금가는 거대 여행기업인 근철, 일본여행 등도 뒤따라 들어오게 될 것이다. 비좁은 시장에 실업자 수 150만명이 넘는 국내시장에 일자리를 만들어 주지는 못할망정 제 닭 잡아먹고 치어까지 싹쓸이하겠다고 들면 여행업계와 국민적 정서에 역행함은 물론 강력한 국민적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 당국도 이제라도 롯데제이티비 설립에 따르는 문제점과 기존 영세 여행업체에 끼칠 영향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김종은/경희대 관광학부 교수, 엔지오 정의사회 실천연합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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