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30년 동안 다녔던 교회를 가지 않았다. 한기총은 사학법 개악에 앞장섰다. 종교의 자유를 가로막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종교를 강요하는 게 종교의 자유는 아니다. 전교조 핑계도 됐지만 전교조 출신 개방형 이사가 있기라도 한가? 정의의 편에 서는 하나님을 저들은 어찌 아전인수로 끌어들이는가. 나의 하나님은 이랜드와 KTX 비정규직의 근심을 덜어주고 팔레스타인의 눈물을 닦아주는 하나님이다. 교회와 총회가 바로 서는 날 나는 다시 교회에 출석하여 그들의 잘못을 대신 회개할 것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속의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집사이자 교사다. 그제가 주일이지만 30년 동안 다녔던 교회에 가지 않았다. 이달 3일 국회는 2005년에 개정되었던 사립학교법을 기어이 재개정하고 말았다. 그보다 앞서 한기총에서는 이번에 개악되기 전의 사학법 개정에 앞장섰거나 재개정에 미온적인 국회의원들을 다음 총선에서 낙선운동자로 선정했다고 한다.
재개정되기 전의 사학법은 개방형 이사와 이사장 친인척의 학교장 임명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바 사학에 최소한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학 비리를 예방하고자 하는 관심 있는 많은 시민들의 노력의 산물이었다. 그런데 사학재단 관련자들과 한나라당이 그 법의 시행을 반대했으며, 한기총은 앞장서서 반대함으로써 그들에게 힘을 보태주었다. 가난하고 억압받으며 소외된 자와 함께했던 예수님처럼 교회가 사랑을 실천하며 공의와 정의의 편에 서기를 기대했던 나는 하나님의 뜻을 아전인수식으로 끌어들이는 저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지난해 2월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담임목사가 ‘종교의 자유를 가로막는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며 서명을 하라고 했다. 개방형 이사로 전교조 교사가 들어와서 미꾸라지가 물을 흐리듯 신앙교육을 망치게 된다는 것이었는데 어이가 없었다. 예배가 끝나고 서명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목사님에게 항의했더니 한기총에서 공문이 와서 따라야 한다고 하였다. 이런 행위는 성도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일방적인 것이었다. 한기총 홈페이지에는 일반 성도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듣고자 하는 게시판 하나 없다. 그들이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여론을 조사한다는 홈페이지의 설문은 ‘신앙의 자유 가로막는 현행 사학법의 재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처음부터 부정적으로 단정한 질문뿐이었다.
나는 총회 지도부가 부도덕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처음에 개정 사학법에 반대하는 이유 가운데 중요한 것이 전교조 때문이라고 하였다. 전교조에 대한 시각도 문제지만 학교운영위의 5%에 불과한 수로 이사를 추천하는 것조차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 주장하였으니 뻔한 거짓말인 것이다. 그동안 전교조 조합원 또는 지지를 받는 사람이 개방형 이사에 선임되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은 또 사학법 재개정의 이유를 종교의 자유를 가로막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종교의 자유는 믿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강제로 특정 종교를 믿게 하는 자유가 아니다. 개인의 양심과 의지에 따라 종교를 선택할 권리가 종교의 자유 아닌가? 기독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예배시간에 참석하는 것을 강제로 할 수 없게 한다고 해서 종교교육의 자유를 빼앗는다고 생각한다면, 불교학교에 입학한 기독학생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들에게는 예불시간을 거부할 권리가 있고 기독학교에 다니는 비신자 학생들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는가?
나의 하나님은 자기 나라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에 반대해서 시청 앞에서 성조기를 들고 집회하는 사람들의 하나님이 아니다. 독재정권을 위한 구국기도회는 열었으면서도 시대의 아픔에는 함께하지 않았던 일부 기독교 지도층의 하나님은 더더욱 아니며, 사학법 재개정을 위해 삭발했던 목회자들이나 한기총의 하나님도 아니다. 나의 하나님은 장맛비를 맞으며 일하면서도 해고를 염려하는 비정규직의 근심을 덜어주는 하나님이고, 하나님의 기업이라는 이랜드와 홈에버에서 안정적인 고용과 인간다운 대접을 받기 위해 싸우는 힘없는 사람들의 하나님이며, 500일 넘게 힘겨운 싸움을 하는 해고된 고속철도(KTX) 여승무원들의 편에 선 하나님이다. 또한 자식을 어쩔 수 없이 사립학교에 보내면서도 학교가 오직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바로 서고 비리와는 거리가 먼 학교가 되어주기를 원하는 수많은 학부형들의 하나님이다. 더 나아가 수천 년 전의 유대인 부족들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를 믿고 하나님의 약속된 땅이라며 조상 대대로 살아온 그 땅에서 팔레스타인을 쫓아내고 억압하는 이스라엘과, 그런 이스라엘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목회자들의 하나님이 아니라, 지금도 이스라엘의 엄청난 무기와 공격 앞에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하나님이다. 따라서 나는 나의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한기총의 교회에 나갈 수가 없다. 나의 헌금이 바르지 않은 길로 나아가는 총회의 운영비로 쓰이게 할 수 없고, 나의 출석이 그들이 말하는 천만 성도의 수를 채우는 데 쓰이게 할 수는 없다. 교회와 총회가 바로 서는 날 나는 다시 교회에 출석하여 그동안 잘못된 길로 나아갔던 그들의 잘못을 대신 회개할 것이다.
정길주/전남 순천시 조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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