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단체교섭 응하라는 요구 묵살한 악덕기업주의 책임은 묻지않고정당한 집회중 생긴 돌발사태에 대해 구속이라는 과잉대응을 하는건
동기유발쪽에 면죄부 주는 행위 지난 16일 이상무 민주노총 경기본부장과 김한수 조직국장이 폭력시위 혐의로 평택경찰서에 구속됐다. 이 본부장 등은 지난 3월28일 평택 ㈜이젠텍 앞 노상에서 열린 집회에서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동안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불구속 상태로 있던 이들을 느닷없이 구속한 것이다. 이들의 구속이 부당한 첫째 이유는 법 집행의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젠텍은 그동안 정당한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무려 30여 차례나 묵살한 적이 있는, 노동자들에게 악질 기업으로 소문난 곳이다. 노조원 노조 탈퇴 강요와 부당한 전환 배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통한 조합원 감시와 고발·고소 등이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이에 항의하며 시정을 요구하는 집회 도중, 회사의 담장을 손괴한 폭력집회 주도 혐의가 구속사유가 된 것이다. 집회 중 담장을 무너뜨린 것을 두고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전에 정당한 단체 교섭에 응하라는 사법기관의 판결과 요구에 30여 차례나 불응한 사쪽의 법적 책임은 누구한테 물어야 하는가?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고 지속적으로 노조를 탄압한 사용자 쪽의 책임은 그냥 넘어가도 되는 건가? 대화와 타협이 노사의 불편함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지만 그게 안 될 경우 노동자들은 법으로 보장된 집회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항의할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일어난 돌발사태만으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동기를 유발한 쪽에 대한 면죄부로밖에 볼 수 없다. 또한 구속된 이들은 한 가정의 가장이자 12만 조합원을 대표하는 민주노총 경기본부 대표이기도 하다. 이들은 조합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직무를 부여받은 이들로, 노동자들에게 부당한 행위를 일삼은 ㈜이젠텍에 대한 항의는 정당한 직무행위였다. 직접적인 구속사유가 된 담장을 무너뜨린 상황도 사법기관에서 발부한 구속영장 내용과 차이가 있다. 장대비가 쏟아지고 집회 참가자들보다 훨씬 많은 전경들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발생한 몇미터의 담장 손괴사태는, 12만 조합원을 대표하는 수장을 구속하는 사유치곤 너무 허술하다. 더구나 무분별한 구속수사로 말미암은 인권 침해에 대하여 사회적 여론이 따가운 시점 아닌가. 악덕 자본가한테는 법적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고 노동자들의 울분을 토해낼 공간조차 포위된 상황에서 무너진 담장은 노사 모두 감내해야 하고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지 인신을 구속할 사유라고는 보지 않는다. 이런 식의 법집행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에도 어긋나며 향후 노사관계의 진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런 공권력 집행을 두고, 최근 불거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과 이를 지지하는 노동운동 단체들에 대한 공안탄압이고 정치구속이라는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지난 3일 한-미 에프티에이 저지범국민운동분부 오종렬·정광훈 대표의 구속, 안산지역 형틀목수 파업을 끝내고 복귀하던 경기서부건설노조 지부장과 산안부장 구속 등 노동계와 시민사회 진영에 무분별한 구속 사태는 ‘노무현 정권 말기에 이뤄지는 공안탄압’이라는 시민사회 진영의 질타를 받기에 충분하다. 엊그제 이랜드 계열사 파업 농성장에 공권력이 투입됐다. 도대체 왜들 그러는 건가? 법도 권력도 자본에 휘둘리는 현실이라 하더라도 참여정부가 ‘공안탄압’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분명 민중에 대한 반역이고 역사의 퇴보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이 아려오는 것은 인권 변호사 출신의 노동부 장관과 대통령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 그 기대를 포기하기엔 아직은 아쉬운 게 너무 많다. 아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다. 지금이라도 당장 양심적인 시민사회 지도자들과 노동운동가들을 조건 없이 석방하라!
이주현/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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