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재반론/‘일제 피해자 지원법 정부 거부권 말도 안돼’ 반론을 읽고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국가가 피해자 사유재산권 박탈협정이라는 걸림돌도 치워주지 않고
장애물을 만든 책임도 지지 않으면
어느 피해자가 납득하겠는가 8월7일치 왜냐면에는 지난 7월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며 재의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정부 관계자의 반론 형식으로 제시됐다. 주된 이유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할 경우 생환자 중 사망자와 형평성 시비가 일 수 있고, 한국전쟁 및 월남전 참전자 등 다른 사례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한-일 청구권협정 파기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반론은, ‘일제 피해자 지원법’이 우리 헌법상 보장된 사유재산권을 침해한 것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란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부족하기에 납득하기가 힘들다. 우선 우리 정부는 1965년 일본과 한-일 청구권협정을 맺으며 제2조에서 일제 피해자들의 재산, 권리 등이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확인하면서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동의해 줬다. 한국 정부가 이렇게 처리해서 일제 피해자들은 일본에서 수많은 소송을 했지만 법적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생존자들의 경우도 동일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사유재산권 침해에 대해 정부가 구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 한-일 수교회담 문서 공개로 밝혀져 이번에 법률안이 만들어지게 된 것인데, 그럼에도 한국전쟁 및 베트남전 피해자를 거론하는 것은 정부 책임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한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중 생존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할 경우 생환자 중 사망자와 형평성에 시비가 일 수 있다는 주장은 일면 설득력을 가진다. 하지만 형평성을 논할 경우 생환자 유족들에게도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생환자 유족들에게 주지 못하니 생존자에게도 줄 수 없다는 것은 사유재산권을 침해한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내세울 논리는 아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는 위로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정부 주장과 같이 다른 피해 생존자들에게 위로금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예산상의 이유로 모두 지급하기가 곤란하다면 생환사망자 유족들의 협조를 얻어 생존자부터 순차적으로 지급을 하거나, 생존자에 대한 건강 수당 등의 명목으로 예산상의 부담을 조절하면 충분히 해결할 길이 있다고 본다.
정부가 한-일 청구권협정의 파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 역시 책임 있는 자세라 보기 어렵다. 일제 피해자들, 특히 생존자들의 경우 한국 정부가 맺은 한-일 청구권협정이라는 걸림돌이 없어지면 가해자인 일본 정부나 기업의 생존 피해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주장할 수 있다. 이러한 걸림돌도 치워 주지 않고 장애물을 만든 책임도 지지 않으려고 해서야 어느 피해자들이 납득을 하겠는가. 만약 한-일 청구권협정 파기로 인한 외교적 부담을 정부가 감당하기 어렵다면 차선으로 효과적이고도 강력한 방법이 여전히 남아 있다. 즉 한-일 청구권협정 제3조에 규정된 바와 같이 한-일 청구권협정 해석상의 다툼을 협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해결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현재 구제의 책임을 부정하는 생존자 부분에 대해, 과연 일본 쪽에 법적 책임이 있는지 한국 쪽에 그 책임이 있는지 밝혀야 되지 않겠는가. 한국 정부가 생존자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 한-일 청구권협정 제3조에 따른 분쟁의 해결 절차만이라도 이행해야, 이 법안에서 소외된 일제 생존 피해자들은 그나마 납득을 할 것이다. 최봉태 변호사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