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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13 18:37 수정 : 2007.08.13 18:37

혹평과 열광 사이 ‘이상논쟁’ 들끓지만
‘한국적 소재’ ‘글로벌 제작’이라는
한국영화가 갈길 제시
부디 한류를 용으로 승천시키길

〈디 워〉가 개봉 11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 기록은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처음으로, 침체에 빠졌던 한국 영화계에 모처럼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역대 흥행 1위인 〈괴물〉을 능가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음달 1500개 이상의 상영관에서 개봉될 예정인 미국에서 크게 흥행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일부 비평가의 혹평과 네티즌들의 뜨거운 공방전은 오히려 이 영화의 마케팅에 기여하는 듯하다.

대낮 로스앤젤레스 한복판에서 200미터 길이의 이무기가 빌딩을 기어오르는 장면, 이무기 두 마리의 격렬한 싸움,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용을 묘사한 장면은 순수 한국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의 쾌거이다. 조선시대 가옥의 폭파 장면을 찍기 전에 재료별로 폭파시켜 봐서 가장 자연스러운 재료를 선택했다거나, 수천 종의 뱀 색깔을 관찰하여 이무기에 가장 어울리는 색감을 찾으려 노력한 점 등 디테일에서도 할리우드 수준이다. 물론 〈디 워〉에도 흠이 있다. 특히 엔딩곡 아리랑은 아름다운 한국의 선율로 대미를 장식했지만 에필로그는 그 효과를 반감시켰다.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일부 비평가의 주장도 있다.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괴물〉은 미국에서는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겨우 110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되었을 뿐이다. 국내에서의 논란이나 흥행과는 별도로, 세계 시장에서 우리 영화가 어떻게 평가받는지가 중요하다. 〈디 워〉가 할리우드 대작과 비교하여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나올 경우 우리 영화계는 세계 시장을 겨냥한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한 모색을 해야 한다. 이제 한 달 남았다. 그때 가서 마음껏 난도질해도 늦지 않다. 개그맨 출신이든 정통 충무로 감독 출신이든, 할리우드 영화에 비견되는 영화를 만들기 시작할 때 한국 영화가 세계인들에게 비로소 받아들여질 것이다. 〈대장금〉이 이란에서 82%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등에서 종교와 이데올로기에 상관없이 받아들여지면서 ‘드라마 한류’를 일으키듯, 한국 영화도 인류 보편적인 주제와 재미로 다가갈 때 세계적인 ‘영화 한류’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디 워〉는 적어도 두 가지 면에서 한국 영화가 갈 길을 제시한다. 첫째, 한국적 소재가 세계 시장에서 먹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한국 전설을 배경으로 했고, 이무기, 여의주가 보통명사처럼 자연스럽게 연기자의 입에서 튀어나오고, 아리랑이 엔딩을 장식했다.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용의 눈물을 보는 외국 관객은 한국 전설 이야기에서도 인류 보편적인 메시지를 찾아낼 것이다. 외국의 문화원형이나 소설에 의존하기보다 신화나 고전 속의 한국적 소재를 통해서도 세계인이 공감할 보편적 가치를 전달할 이야기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둘째, 글로벌 제작의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줬다. 〈디 워〉는 한국적 소재와 순도 100% 우리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사용했다는 점 외에는 배우와 음악, 음향, 편집감독, 스태프, 그리고 배급사를 미국에서 조달했다. 한국 영화가 세계화하려면 이처럼 다방면에서 할리우드와 공조해야 한다.

한국의 국가브랜드는 세계 25위로 13위의 경제력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이는 소프트파워 문화의 힘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한류는 문화의 힘을 세계에 떨침으로써 상대적으로 낙후된 국가브랜드를 높이고 있다. 〈디 워〉가 부디 세계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하여 ‘영화 한류’의 기폭제가 되고 국가브랜드를 높여주길 바란다. 한편 여의주와 같은 한국 고유의 문화콘텐츠를 머금고 전환기에 서 있는 한류를 용으로 승천시킬 심형래 감독 같은 ‘신한류인’들이 많이 나오기를 고대해 본다.


신승일 한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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