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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20 18:15 수정 : 2007.08.20 18:18

왜냐면

잘못된 고용정책의 책임을 사업자와 이주자에 전가하지 말고
미등록 이주자 기여도 인정하고 합법화해야 제도가 선순환 가능

지루한 장마만큼이나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을 괴롭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월31일 법무부는 ‘외국인 불법고용 처벌강화’에 대한 보도자료를 낸 후 8월부터 강력한 단속을 하고 있다. 2003년에도 이주노동자 단속과 추방에 따라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고 부상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강압적이고 물리적인 단속은 우리 사회 안에서 인권침해와 인권유린이라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이주노동자들을 공포와 죽음으로 내몰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지난 2월11일에 여수외국인보호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주노동자 10명이 무고하게 목숨을 잃었다. 말 그대로 국가기관인 ‘외국인보호소’에서 쇠창살에 갇혀 비통한 죽음을 당해야 했다. 이런 부끄러운 일이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로지 강압적이고 물리적인 수단으로만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결과의 산물이었다.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더는 비인권국가라는 오명을 듣지 않기를, 폭력적이고 물리적인 방법이 아닌 제도적 정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지난해부터 법무부와 노동부에서는 21만명에 이르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사면을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올 4월에 법무부 고위관계자가 고용허가제 체결 국가를 대상으로 18만명에 대해 합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도 있다. 그런데, 불과 며칠도 안 되어 강제단속과 추방이라는 정책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국가정책이 이처럼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진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올해 우리는 고용허가제 3년을 맞고 있다. 정부는 제도 시행 이후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2005년 16만명, 2006년 8만명, 2007년 4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오히려 20만명이 넘는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발생했다. 그러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강제단속과 추방정책으로 선회했던 것이다.

외국인고용 정책의 책임을 열악한 산업현장에서 꿋꿋이 땀 흘리며 일하고 있는 사업주와 이주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영세한 소기업체를 보호하고 육성해도 모자라는 상황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고용허가제는 산업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체계적이지 못한 절차와 정확한 정보 제공 없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라는 것은 사업주들에게 고통을 가중시키는 일이다. 가뜩이나 한국말도 미숙하고 기술도 없는 사람을 고용하여 일을 맡긴다는 것은 사업장을 폐쇄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현실을 무시한 고용허가제는 중소기업체를 도산시키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사업주들도 왜 합법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싶지 않겠는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면 많은 벌금과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 사업주들의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소규모 사업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그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용허가제 3년, 아직도 이주노동자 고용정책은 혼돈과 갈등을 겪고 있다. 강압적인 단속과 추방만으로는 이를 극복해 낼 수 없음을 우리는 지난 과거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정책적 잘못을 자꾸 물리적 수단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정책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 20만명이 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우리 사회에 기여한 바를 인정하고, 이들에게서 불법이라는 딱지를 떼야 한다. 그 기반 위에서 고용허가제는 안정되면서 선순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올해가 고용허가제가 정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더는 늦추어서는 안 된다.


이영/외국인노동자지원단체 샬롬의 집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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