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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1 17:34 수정 : 2005.04.01 17:34

아이들을 데리고 오랜만에 국립 4·19묘지에 갔다. 봄날이라 화창했고 평일 오전이라 한가했다. 다가올 4·19혁명 45주년을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생뚱맞은 풍경이 자꾸 훼방을 놓았다. 입구부터 곳곳에 눈에 띠던 공익근무요원들은 선임인듯 보이는 사람에게 자꾸 인사를 해댔다. 목소리도 우렁차게, 허리도 90도 각도로 굽히면서 말이다. 한 번이면 족할 텐데도 무슨 일인지 선임자를 만날 때마다 가까이서건 멀리서건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이른바 조폭들의 ‘형님 인사법’을 보는 듯 했다. 우리 아이들 뿐 아니라 주변에 있던 분들도 자꾸 그리로 눈길을 주었다. 민망했다.

민망해하다가 이곳이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 넋들이 잠든 곳이라는 생각에 미치자 그들의 무례에 화가 났다. 일진회다 하여 학교폭력이 떠들썩하고 군 폭력에 대한 근심도 가신 바가 없는데, 잠들어 있는 민주 영령과 먼길 찾아온 어른들과 학생들 앞에서 이렇게 부끄러움도 없이 인사하기를 강요당하고 한편에서는 당당하게 인사받기를 누리는 모습을 보고 만 것이다.

서글픈 일이다. 4·19 정신의 핵심은 민주화였고 민주는 다름아닌 자유와 평등 그리고 인간존엄성이라는 교과서의 가르침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특히 아무나 묻힐 수 없는 국립묘지 같은 곳에서는 말이다.

김지용/서울시 노원구 상계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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