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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30 17:45 수정 : 2007.08.30 17:47

왜냐면

유원지 가듯 넘쳐나는 인파
샛길 무수히 나고 소주 파티
국민 이용 편의 증진이 아닌
보전에 초점 맞춰야 훼손 막아

국립공원에서 국고지원 방식으로 입장료를 받지 않은 지 8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입장료를 안 받으니 예상했던 대로 국립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늘었고, 증가한 사람 수에 비례해 불법행위와 안전사고도 늘고 있다. 사람 수가 는 것이 뭐 어쨌다는 거냐고 물을 분들이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증가 폭이 작년보다 북한산 국립공원 108%, 변산반도 국립공원 71%를 비롯해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관리하는 국립공원 18곳에서 평균 50%가 늘었다면 문제는 좀 달라진다. 게다가 국립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늘어났는데 관리 능력은 정체되고 있다면 현장은 더 심각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간 시민사회는 입장료 징수에 매달려 국립공원 관리의 본말이 전도되고 있는 현실과 입장료 폐지가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 합동징수로 말미암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해 왔다. 또 입장료가 폐지되면 이용객이 늘고 단체 탐방으로 훼손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국립공원별 생태수용력에 근거한 탐방예약제 도입, 순찰 기능 강화, 교육홍보 프로그램 전문화, 시설사용료 차등화 등이 전제돼야 함을 강조했다. 시민사회는 입장료 ‘폐지’가 아니라 ‘징수 개선방안 논의’가 적당한 표현이며, 이것이 보전을 위한 적극적 대안이 되도록 국립공원의 공공성과 보전 기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고 누차 주장해 왔다.

지금 국립공원 현장은 보전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 없다 보니 국립공원을 마치 동네 뒷산이나 유원지처럼 인식하고 찾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어디가 정해진 탐방로인지 분간할 수 없이 샛길이 많아지고 있으며, 20여명의 단체 탐방객이 소주 세 박스를 들고 국립공원을 들어서는 모습도 보인다. 피서철을 맞았던 해안 국립공원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 되었고, 문화재 관람료 매표소 위치 불변으로 사회적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국립공원 현장은 ‘공황’이란 말 말고 달리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되짚어 보면 지금의 혼란은 입장료 폐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전기능을 수행하던 기존 제도를 포기하는 것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 공단은 작년 말부터 노고단 정상부 탐방예약제를 하지 않고 있으며, 산불방지기간 중 출입금지 지역도 개방 폭을 확대해 32 구간을 추가 개방했다. ‘대국민서비스 평가’가 국립공원을 동식물 삶터가 아니라 국민 이용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입장료 폐지도 국민에 대한 서비스로만 생각했을 것이 뻔하다.

이렇듯 정부의 국립공원 정책기조가 보전이 아니라 국민 이용 편의 증진에 맞춰져 있으니 국립공원은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상황이다. 훼손을 막으려면, 특별보호구, 자연보존지구 등 생태민감지역 보전을 위한 보호비 징수, 탐방예약제 실시, 탐방총량제 도입 등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문화재관람료 징수 문제도 그 해결책을 ‘돈’이 아니라 역사문화유산 보전을 위한 제도 마련으로 방향을 돌려, 국립공원 용도지구에 역사문화보전지구 신설, 객관적인 기관에 의한 문화재 유지보수비용 책정, 관람료 징수 위치 조정과 투명한 운영을 위한 조처 등이 선결돼야 한다.

국립공원에 고속도로를 뚫고,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골프장을 짓는 상황에서도, 국립공원이 자연생태계 보전을 위한 최후의 보루이며, 자랑스러운 역사문화 유산이 살아 숨쉬는 곳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합의가 있었기에 국립공원은 지금 모습이나마 유지될 수 있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다. 입장료 폐지로 촉발된 국립공원의 가치와 정체성에 대한 위기는 국립공원 제도와 정책을 한단계 성숙시키는 계기로 변화될 수도 있다.


윤주옥/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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