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화장실 문짝 없어 악취 진동쇠창살 너무 촘촘해 빨래 썩어
난방커녕 벽지 안발라 겨울엔 냉골
토·일 교도관 비번 운동도 못한다
0.8평 독거실은 환경개선 단식투쟁중 지난 8월23일, 구속노동자후원회, 양심수후원회 활동가들은 안동교도소를 방문하게 되었다. 교도소 환경 개선을 촉구하며 일주일 넘게 곡기를 끊고 있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포항건설노조 파업으로 구속돼 2년6개월의 실형을 살고 있는 심진보씨, 오산 수청동 철거민 투쟁으로 구속돼 실형 3년을 살고 있는 정창윤씨가 그들이다. 이곳에 온 지 1년2개월째 되는 정창윤씨는 지난해에도 한 달 넘게 단식투쟁을 진행하다 징벌방에 갇힌 적이 있다. 밥을 굶는 것은 신체의 자유를 결박당한 재소자들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저항수단이다. 도대체 무엇이 연거푸 밥을 굶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이들을 극한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것일까? 문제는 너무나 당연하고 기본적인 곳에서 비롯된다. 교도소도 사람이 사는 곳인데, 사람 대접을 해달라는 재소자들의 당연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두 분은 지금 0.8평 정도의 독거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키가 172㎝인 심진보씨는 누워서 다리를 뻗으면 발이 화장실 턱에 닿을 정도라니 실제 평수는 더 작을 것 같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화장실이다. 화장실은 독거실에 붙어 있는데 문도 없고, 80㎝ 정도 되는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을 뿐이다. 변기는 좌변기가 아니라 바가지로 물을 퍼부어야 내려가는 반수세식이다. 볼일을 보고 나면 냄새가 온 방안에 진동한다고 한다. 안동교도소 독거실 재소자들은 이렇게 지저분한 변기 옆에서 물을 받아 식기를 닦고 빨래를 해야 한다. 낡은 변기 틈새로는 쥐들이 들락날락거린다. 어떤 때는 이놈들이 방안에까지 튀어 들어올 때도 있다. 만약 수형자가 아닌 어떤 사람에게 이런 곳에 들어가 몇 년씩 생활하라고 하면 수치심과 모멸감에 못 이겨 금세 도망을 치고 말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몇 년 전에 모든 교도소(구치소) 화장실에 시각·후각적 차단 시설을 설치하라고 권고했고, 법무부 시설기준규칙에도 화장실에는 양변기와 함께, 거실 바닥으로부터 90㎝ 이상 높이 되는 차폐 시설을 설치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안동교도소 쪽은 예산이 지원되지 않아 어쩔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독거실 창틀 밖에 달려 있는 쇠창살 간격이 가로 4㎝로 너무 촘촘한 것도 문제다. 어떤 독거실에는 아예 손가락 하나 안 들어갈 만큼 촘촘한 철망을 매달아 놓았다고 한다. 정창윤씨에 따르면 철망이 있는 독거실에는 정신분열증을 앓거나 주의를 요하는 재소자들이 수감되어 있다고 한다. 쇠창살이 촘촘하면 햇볕이 덜 들어오고 이런 곳에 오래 있다 보면 되레 우울증이 덧나기 쉬울 것이다. 심진보씨는 다른 교도소는 쇠창살 간격이 넓어서 간단한 세탁물을 쇠창살 밖으로 빼서 말릴 수가 있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빨래를 꽉 막힌 거실 안에서 말려야 하니 방안이 눅눅해지고 냄새가 말도 못하게 난다. 얼마 안 있어 긴 겨울이 닥쳐올 것이다. 두 분은 이곳에서 올겨울을 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소름이 끼친다고 한다. 난방이라고 해 봤자 복도에 설치된 스팀이 고작이다. 더운 바람은 독거실 안까지 들어오지도 않는다. 낡은 독거실 마룻바닥은 들썩들썩거리고, 벌어진 틈새 사이로 먼지나 오물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벽지라도 붙어 있으면 방안의 냉기가 덜할 텐데, 언제부턴가 “보안상의 이유”라며 붙어 있던 벽지마저 모조리 뜯어내고 페인트칠을 해놓았다.
시설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전국 교도소(구치소)에서 주 5일 근무가 시행된 이후, 재소자들은 하루 1시간씩 하게 되어 있는 운동시간마저 휴일 또는 국경일에는 할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은 명백히 행형법을 위반하는 것인데도, 법무부는 몇 년째 ‘인력 부족’을 핑계로 전국 15곳에서만 허용(직원 4부제 근무)하고 있다. 안동교도소는 운 좋게(?) 15곳 가운데 하나에 들었으나 이상하게도 직원들의 근무체계만 4부제로 바뀌었을 뿐, 일요일과 공휴일에 재소자들은 여전히 운동을 할 수가 없다. 텔레비전 뉴스를 생방송으로 보게 해달라는 요구는 안동뿐 아니라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교도소(구치소)에 텔레비전이 보급된 지는 꽤 되었지만 재소자들에겐 채널 선택권이 없다. 모든 프로그램은 교도소 쪽이 녹화를 해서 일률적으로 틀어주고 있다. 심지어 뉴스까지도. 안동교도소의 문제점은 여기에 다 적을 수 없을 만큼 많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국의 교도소(구치소)가 대부분 이와 비슷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국제적인 피구금자의 권리장전인 ‘유엔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 기준규칙’에는 ‘유사성의 원칙’(제60조)이 명시돼 있다. ‘수형자의 처우는 사회로부터의 배제가 아니라 사회와 계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유생활과 수형생활의 차이를 ‘극소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만든 시설기준규칙에도 이런 원칙은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다. 감옥 인권 수준은 그 나라의 전반적인 인권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다. 법무부와 안동교도소는 부끄러운 줄을 좀 알아야 한다. 재소자들의 인권과 건강을 위해 안동교도소의 시설과 환경은 국제인권기준에 맞춰 대폭 개선될 필요가 있다. 그럴 수 없다면 27년 된 이 흉물덩어리를 이제 그만 역사 속으로 퇴장시키는 게 마땅하다. 이광열/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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