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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06 18:15 수정 : 2007.09.06 18:15

왜냐면

미군기지의 오염이 알려진 지 3년. 그중 23개 기지를 돌려받은 지도 반년. 그러나 반환 미군기지의 오염을 치유한다는 이야기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국가의 치유 책임을 회피하고 개발을 가속화하려는 정치인들의 움직임만 눈에 띈다. 지금 고희선 등 10명의 의원이 제출한 ‘주한미군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특별지원법’(이하 미군기지 특별법) 개정안이 가을 국회를 기다리고 있다. 6월 국회에서 정성호 의원 등 17인은 오염을 치유할 책임이 국방부 장관에게 있는 현재의 규정을 손질해 토지 매입자로 바꾸려고 했다. 그러나 치유를 정부가 책임지지 않고 민간에 맡길 경우 제대로 된 치유가 불가능하다는 여론 앞에서 개정안은 보류되었다. 이번 고희선 의원의 안은 정부의 책임을 벗겨주려는 집요하고 일관된 시도가 변주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방부 장관이 책임지는 치유 범위를 ‘지상물, 지하 매설물, 위험물’로 축소함으로써 토양과 지하수 부분의 치유 문제를 증발시키려는 시도가 그것이다.

오염 장본인 미국의 책임을 면제해주고 돌려받은 미군기지. 주민 건강 위해 뛰어야 할 지역구 의원들은 개발 욕망에 눈멀어 정부의 치유 책임을 면해주려 하고 있다.

그동안의 반환 협상에서 뜨겁게 쟁점이 된 분야는 토양과 지하수의 오염이었다. 그 오염 정도가 치명적일 뿐만 아니라 치유에 오랜 기간과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 때문이었다. 미군이 오염 원인자 책임 원칙이라는 상식을 비켜가면서 이를 외면하려 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결국 정부는 오염을 그대로 둔 채 치유의 주체도, 수준도, 일정도 미궁에 빠뜨린 채 굴욕적인 반환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그 뒤 정치인들이 정부의 오염치유 책임을 벗겨주려고 나선 것이다. ‘반환기지 주변 주민들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개정 제안 이유에 진정성을 느낄 수 없는 것은 그래서다.

이번 개정안 가운데 환경부 장관이 반환 1년 안에 환경기초조사를 하되 반환 1년 전에 조사한 경우는 그를 면제한다는 조항도 현실의 맥락을 외면하기는 마찬가지다. 반환받은 기지들이 환경조사를 했다고는 하지만 그 조사 범위와 항목은 공개되어 있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환경조사를 면제한다면 조사의 타당성을 검증할 장치는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치유 문제는 소수 관료들의 일방적인 결정에 맡겨지게 될 것이다. 기존의 환경조사가 기지 안에 국한되어 있어 미군기지 울타리 밖까지 확산된 오염에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도 1년 내내 미군기지 밖에까지 기름이 용출되는 곳이 있다. 또한 지하수는 오염되면 수맥을 따라 급속히 확산되는 특성이 있어서 기지 안팎을 떠나 광범하고 정밀하게 조사되어야 한다. 철저한 조사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할 치유의 전제이다.

오염 장본인 미국의 책임을 면제해주고 돌려받은 미군기지. 제정 당시부터 미군기지 특별법에는 반환경적 독소조항이 그득했다. 막개발을 제어할 장치를 송두리째 해제하고 개발 편의주의만을 앞장세운 법이었다. 이 법을 제정하는 데 앞장선 이재창 한나라당 의원은 반환기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파주 출신이다. 국방부 장관이 아니라 토지를 매입하는 민간에 치유를 맡기자는 개정안을 낸 정성호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역시 반환 미군기지가 많은 의정부가 지역구. 이번에 토양과 지하수 오염 치유를 비켜갈 길을 터주는 안을 낸 고희선 한나라당 의원 역시 매향리 기지가 있는 화성 출신이다. 하나같이 반환 미군기지가 많은 지역에 발판을 둔 정치인들이다. 자신을 뽑아준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뛰어다녀야 할 이들 국회의원들이 그러기는커녕 개발을 손쉽게 하는 데만 앞장서고 있는 세태다. 정녕 그들이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몰라서 그러는 건지, 알면서도 개발 욕망에 눈이 멀어서인지, 그 어느 경우든 용서할 수 없는 정치인들의 행태다.


이현숙 파주환경연합 상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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