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한국 사회의 청소년들은 ‘청소년’보다 ‘학생’이라는 명칭이 더 익숙해진 채 입시 체제 속에서 자신의 능력과 꿈을 차압당하며 고강도 학업노동으로 시들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비정상적인 학벌지상주의와 입시 위주의 청소년 정책을 개선해 가려는 국가의 노력은 시대를 선도하기는커녕 거꾸로 내달리는 혼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 16개 시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그 주요 골자는 현행 밤 10시까지로 제한되어 있던 사설 학원 교습시간을 11시까지 1시간 더 연장하거나 아예 제한 기준을 두지 않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서울시교육청이 10시에서 11시까지로 시간 연장을 추진하던 안을 서울시의회가 지난 5일 일단 보류시키긴 했으나, 교육청들의 이런 시대착오적인 발상은 전면 철회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공교육 바로세우도록 고민해야 할시도교육청이 학원논리 수용
청소년을 학원으로 내몰려 하나
보류된 조례안 철회하라 학원 심야학습 연장 문제는 청소년의 수면권 침해에 정신적·신체적 성장 장애, 심야 범죄 노출, 사교육비 절감 정책 역행, 공교육 부실화 등 장점보다는 문제점을 더 많이 내포하고 있다. 실례로 서울시교육청이 작년에 자체 조사한 설문에서도 학부모의 65.3%와 교사의 82.5%가 학원 교습 제한시간을 밤 10시로 해야 한다고 한 결과가 나왔다. 국가청소년위원회도 지난달 30일, 이 방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득보다는 실이 많은 이 정책을 현재 지지하거나 추진하는 곳은 교육청들과 학원뿐이다. 공교육을 바로 세우도록 고민해야 할 교육청들이 사교육 업체인 학원의 논리를 더 많이 수용했음은, 결과적으로 ‘어차피 10시나 11시나 지금도 심야학원 영업이 일상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뭐가 큰 문제겠느냐’라는 전형적인 ‘사교육업체스러운’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조례 개정으로 밀어붙이려 한 유감스러운 모습으로 표출됐다. 학원도 청소년에게 교과 과목을 전달한다는 면에서 교육적 기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학원의 궁극적 존재 이유는 공교육이 미치지 못하는 공백을 보조하는 수단이자 장소이지 공교육과 동등하거나 또는 그 역할을 넘어서는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교육청은 이 문제에 대해 일차적으로 청소년단체와 학부모, 교육단체 등 관련단체들과 충분히 상의했어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히 한시간 연장이냐 아니냐라는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들의 인권과 보호와 연계된 중대한 문제이며, 그 비판의 대상이 교육정책의 최일선 기관인 교육청이라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청소년은 단지 미래의 주인공일 뿐만 아니라 현 시대의 주인공이기도 해야 한다. 청소년 시기에 주인공으로 대접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미래 성인으로 성장해서도 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그 위치에 맞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말로만 청소년이 미래의 희망이라면서 온 나라 청소년들을 학교와 학원으로 내돌리며 퀭한 눈으로 밤거리를 배회하게 만드는 나라, 청소년에게 꿈을 가지라 하면서 건강한 문화환경을 제공하지는 못할망정 입시체제 속에 학습 학대를 강요하는 사회가 지속된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이 사회가 진정으로 청소년을 위한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그러면서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주인공으로 바로 서라고 할 자격이 어디에 있겠는가. 교육청들의 의식 전환과 조례안 철회를 촉구한다.
이영일 서울흥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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