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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01 18:15 수정 : 2007.10.02 00:08

왜냐면

교육부가 지난달 7일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수십 년간 점수를 누적해서 교장으로 승진시켜주는 ‘교장자격증제도’를 교장공모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11월에 국회에 제출돼 올해 안에 통과할 경우, 교장공모제는 2009년 9월부터 전국 학교로 확대 시행된다. 그러자 기득권자들의 반대가 거세다. 반면 대부분 교사들과 학부형들은 크게 반긴다. 승진 대열에 끼어 있거나 교장재임 중에 있는 교육 기득권자들을 그리 곱게 보지 않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현 교장제도의 비합리성과 비공정성으로 인해 승진 과정에서 잡음이 많은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교장이 되려고 혈안이 되다보니 승진 과정에서 수업보다는 부수적인 업무에 집중하는 등의 여러 문제점이 노출돼 왔다.

교장자격증제란 일제의 조선 침략 후 조선의 학교통제를 위해 마련한 것으로, 일제 군국주의의 잔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교장제도는 수평적 리더십이 아닌 통제형 리더십을 요구한다. 이번 예고된 법률안에는 초·중등 교장에 교육공무원 경력 15년 이상이면 누구나 교장자격증 없이도 교장에 공모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 역사에 신기원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안은 미국의 행정형 교장과 다르고 서구 선진국형의 교장과 조금의 차이가 있지만 수평적 리더십을 가진 교장 탄생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독선적 학교 운영에서 학교 구성원인 교사, 학생 그리고 학부형들과 소통하는 교장, 민주적 리더십을 가진 교장, 생활지도나 상담이 가능한 교장, 전제적 지위를 행사하는 것이 아닌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교장상이 기대되는 것이다. 때문에 대부분 교사들이나 학부형들이 대부분 환영일색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교장 승진 대상자나 일부 보수 교원단체, 즉 교장과 교감 및 승진 반열에 오른 쪽에서는 교장 자격이 없는 자가 교장이 되면 학교 경영에 문제가 생긴다고 반발한다. 그런데 학교는 경영의 대상이 아니라 외려 교육 수요자들의 요구를 수렴해 교육력을 제고하는 곳이기에 ‘교육 수요자들의 요구 충족자’여야 한다. 교육 전문가여야 한다는 점에서 ‘교장에 어떤 전문성 필요한가?’ 하는 물음에 답이 궁해질 것이기에 공허한 트집만으로 보인다.

교장공모제 전국확대안 입법예고
기존엔 자격 따려 고달픈 승진경쟁
수업 뒷전 밀리고 교장되면 보신 급급
공모제 안착되면 교육개혁 신기원

지금처럼 교장 자격을 얻자면 신입 교사 때부터 승진 대열에 서서 선·후배간 치열한 승진 경쟁을 통해 승진점수를 채워야 했다. 이로 인해 가르치는 일보다는 승진에 얽매이는 등의 부작용이 심각했다. ‘교장행’, ‘평교사행’을 가르는 학교 양단의 근원이었던 것이다. 교장이 되기 위한 고달픈 승진 경쟁에 매진하여 교장 자격을 얻으면 정년 때까지 교장자리가 보장되니, 교장만 되면 보신주의에 급급했다. 효율적이고 발전적인 학교운영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승진만 하면 ‘견제와 경쟁’이 전무한데 과연 학교 교육발전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는 말이다.

이젠 교장 자리가 교육 기득권을 누리는 자리여서는 안되며 교육 권력자의 자리로 남아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뉴질랜드의 교장처럼 학교운영위원회의 의결 결과에 대한 집행적 성격의 교장이 어떠냐 하는 지적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한 연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장은 학교의 무한 권력 행사자가 아니라 ‘의무 이행자’로서의 책무성이 담보되는 자리여야 한다. 그리고 임기를 마치면 다시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아름다운 교사 본연의 자리에 서 있는 ‘수업하는 교장’에 관해서도 토론이 필요한 대목이다. 아울러 교장 자리가 대학처럼 보직의 개념으로 자리매김받을 수 있다면 우리의 초·중등학교 교육의 역사적인 기념비가 될 것이다.

황선주 교육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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