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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04 18:03 수정 : 2007.10.04 18:03

왜냐면

대학 일방적 요구로 만들어진 논술 유치원부터 고교생까지 광풍 내몰아
입시고통 가중시키고 부모 호주머니 털고
글쓰기 요령익히는 훈련과정일뿐 창의력·논리력 키우는 도구 못돼

한국 사회에서 대학입시는 우리 몸의 심장과 같은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교육제도다. 특히 논술시험은 대학의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관심 또한 지대하다. 하지만 지금 논술시험은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며 교육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공교육 불신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독창적인 창의성 계발이나 다각적인 논리적 표현능력의 향상이라는 명분에 휘말려 ‘필요악의 입시선발제도’로 수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논술시험이 입시의 당위성과 교육적 필요성을 갖는 제도로 정착하려면 현시점에서 중단하는 것이 옳다.

대학입시에서 논술시험이 도입된 것은, 객관적인 변별력 확보 장치를 만들어 성적 우수 학생을 한 명이라도 더 뽑으려는 대학의 일방적 요구에서 비롯되었다. 즉, 논술의 본래 취지에 맞는 다양성과 창의성 그리고 논리적 표현능력을 갖춘 학생 선발을 위해 도입한 제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뻔했다. 학교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사교육 시장을 살찌게 만들고, 유치원생들까지 논술 광풍의 선험적 체험자로 인식시키며, 고교생들을 트라이앵글의 고통 속으로 떨어뜨려 입시 스트레스의 주범으로 등장했다.

고교 교육은 대학이 요구하는 규격화된 입시생을 제조 납품하는 ‘주문형 하청공장’도, 대학의 ‘영원한 내국 식민지’도 아니다. 그러나 대학이 논술시험을 명분으로 고교 교육을 쥐락펴락하는 형국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독서가 과거에 비해 두드러지고 글쓰기의 교육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논술시험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성적 위주의 획일적 입시교육에 매몰되지 않고 모든 아이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교실 상황을 만들어가고자 했던 수많은 뜻있는 교사들의 오랜 노력의 결과다. 논술시험은 단지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조건을 제공해준 외부 손님이었을 뿐, 결코 근본 동인은 아니었다.

교사 논술연수나 외부 논술강사로 논술시험을 대비하겠다는 학교 현장의 노력은 공교육 정상화 고민보다는 경쟁적인 입시 현실에 몸부림치는 비극적 자기 한계의 확인이다. 학교 안팎에서 진행되고 있는 논술교육은 붕어가 없는 붕어빵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상황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대학입시에서 논술시험이 당락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유치원생에서 고교생에 이르기까지 논술 과외 광풍이 불어닥쳤다. 대학의 일방적 요구로 도입된 논술시험은 공교육의 신뢰도는 떨어뜨리고, 학생들에게는 입시고통을 가중시키고, 학부모의 호주머니를 더욱 궁핍하게 만들며 교육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

현행 논술시험은 독창적인 창의력과 논리적 표현 능력을 평가하는 교육적 도구가 아니다. 선택된 소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건에 맞는 글쓰기 요령을 익히는 ‘집체식 훈련과정’이다. 체계적이고 밀도 있는 글쓰기 논술교육과 독서토론을 온전하게 수행할 수 없는 교육과정과 교육평가 방식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 단계에서 논술시험이 추구하는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려면 논술시험을 중단해야 한다. 그 대신 과도기적으로 수행평가 방식을 논술평가로 의무화하거나 기존의 교육과정과 교육평가 방식의 개선을 위해 지혜를 모으는 일이 우선이다. 학교는 선택된 소수 학생들을 위한 교육공간이 아니다. 대학의 요구에 기계적으로 응답하는 시험 준비기관도 아니다. 지금 논술시험은 입시제도의 당위성과 교육적 효과마저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공교육 불신을 부추기고 사교육 시장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는 ‘교육의 악’이자 ‘입시 폭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논술은 더 많은 연구와 검증을 거쳐 추진해도 결코 늦지 않다.

박명섭/전남 곡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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