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한마디로 예상 밖의 큰 수확이었다.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이번 ‘2007 남북 정상회담’은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상세하고도 포괄적인 합의를 이끌어 낸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성과 없이 돌아왔을 경우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부터 예상되었던 십자포 비판에서 벗어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다시 남쪽 대통령을 평양으로 부르면서 경제협력 분야에서 상당한 실리를 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렇듯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7년 만에 나라 안팎의 여러 장애 요소를 극복하고 남과 북이 한반도 평화 번영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남북협력 관계에 또다른 획을 긋기에 충분했다. 첫째, 남북 정상이 이른바 유무상통 정신에 따라 경제협력에 치중해 온 그간의 남북관계를 평화와 통일 문제에 직결되는 군사문제와 평화체제로 옮긴 것은 남북관계의 질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특히, 북한 핵을 두고서 6자 회담에서 가시적인 진전을 보이는 이때 남북관계 역시 이에 상응하는 보조를 이루어야만 한반도 평화를 선순환적으로 이룰 수 있다는 원칙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정전에서 종전으로 한발 더 나아가한반도 평화 선순환 원칙 재확인
NNL 경제적 공동이익 관점 접근
납북협력에 큰 획 그은 정상회담
구체조항은 국민 동의와 지지에 둘째, 남과 북은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설치하여 남북 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을 설정함으로써 그동안 논란이 돼 온 북방한계선 문제를 군사적 방식이 아닌 경제적 공동이익 관점에서 접근하기로 했다. 나아가 북한 군부의 반대로 진척을 이루지 못한 한강 하구 공동 이용에 나서기로 해 경제적 이익, 수해 예방과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다목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강하구 골재 부존량은 10억8천만㎥로서 수도권에서 20년 이상 사용 가능한 규모다. 셋째, 남북이 현 정전상태에서 종전을 논의하는 주체로 한걸음 더 나아갔다. 휴전의 실질적인 주체였던 미국과 중국도 한반도 평화체제를 다룰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특히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과 함께 한국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정에 서명할 용의가 있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6자 회담이 탄력을 받을 경우를 대비하여 비핵화 및 북-미 관계 정상화 속도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정부는 평화체제가 공고해질 때까지 현 정전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쪽이다. 넷째, 정상회담의 정례화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이 더는 국내 정치에 악용되는 것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면 이는 건전한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문제는 질적인 변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부작용들이다. 경제협력과는 달리 ‘평화’와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국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을 포함한 다자적인 공조가 필수조건이다. 6자 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남북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그리고 이번 합의문에 명시된 구체적인 조항들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후속조처 중 중장기 사업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제13조)에 따라 국회 보고 후 추진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국회와 국민의 동의를 어떻게 구할 것인지가 중요한 관건이다. 구체적인 대북 경제지원에 상응하는 남쪽의 이익이 추상적으로 명기되어 있다는 사실은 아쉬움과 동시에 향후 남북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남게 됐다. 이병철 평화협력원 선임연구위원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