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생계형 노점상 생존권 보장”약속해 놓고 단속 자행 되풀이
가난 때문에 인간 존엄성이
길거리에 내팽겨쳐진 사회
우리는 싸울 수밖에 없다 붕어빵 노점상 이근재씨가 운명한 지 일주일이 다 돼 간다. 여전히 고양시는 “이씨가 운영하던 노점은 단속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고인의 유서가 없기에 비관 자살이라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함에도 고양시는 거짓말과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가족들은 수차례 단속으로 시달려 왔다. 운명하기 전날에도 이씨의 가족이 노점을 운영하는 지역에 대대적인 노점단속이 있었다. 이날엔 무려 300여명의 용역깡패들이 무차별 단속을 자행했고, 그 현장에 이씨와 그의 아내가 있었다. 그뿐만 아니다. 이미 고양시는 노점 단속 비용으로 31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혈세를 쏟아붓고 있다. 그럼에도 책임이 없단다. 단속의 위협적인 상황에 놓인 노점상들은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10월12일 이씨는 평소와는 다르게 ‘당신에게 정말 미안하다’, ‘세상 살기 힘들다’, ‘장사를 못하니 나라도 나가서 노가다라도 해야지 …’ 하며 가방을 챙겨들고 집을 나섰다고 한다. 그리고 싸늘한 주검이 되어 우리 곁에 돌아왔다. 누가 그를 죽였는가? 누가 한 노점상의 가정을 이 지경으로 몰고 갔는가? 비록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이것은 분명히 사회적인 타살이다. 이근재씨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가난이고, 그 뒤에는 가난을 더욱 부채질하는 고양시의 무차별한 노점단속이 있다. 그래서 고양시를 상대로 그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5월에도 고양시는 생계형 노점상의 생존권을 보장해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다음날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꿔서 전국노점상총연합회 집행부원들을 구속시키고, 수배를 내리고, 또다시 단속을 자행했다. 지난 13일에는 박성복 건설교통국장이 나서서 ‘고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죄송하다. 생계형 노점상의 생존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곧바로 말을 바꿔서 노점상은 단속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로 돌변했다. 이에 노정상들이 항의하며 50여명이 넘는 부상자와 14명의 연행자가 발생했다. 그러고도 계속 영세 노점상들의 생계는 보장해 주겠다는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사회 양극화를 이야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빈곤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이근재씨의 죽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은 여전하다. 이렇듯 인간의 자존심은 길거리에 내팽개쳐졌다. 그래서 싸울 수밖에 없다. 이씨를 이대로 떠나보낼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용역반에게 인권과 생존권을 위협당하는 수많은 사회적인 약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고양시청은 이 문제가 더 악화되기 전에 대화로 풀어야 한다. 최인기/전국노점상총연합회 정책교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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