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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05 18:43 수정 : 2007.11.05 18:52

왜냐면

반론 / ‘동대문운동장 철거 논쟁을 보며’
건축가들의 의견은 무시된 채 이익집단에 의해
담론이 지배돼 왔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하디드의 설계는 역사가 담겨 있지 않은 도시공간의 퇴행적 배치

‘동대문운동장과 명품중독 시장’이라는 정희준씨의 기고문에 대한 반론 ‘동대문운동장 철거 논쟁을 보며’(<한겨레> 10월30일치 33면)의 글은 반론이라는 소제목을 달았지만 내 생각으로는 반론이기보다는 초점을 달리한 주장이다.

우선 정희준씨가 쓴 글에는 건축가에 대한 얘기는 없다. 그러나 반론을 쓴 이경훈씨는 “건축가들의 의견은 무시된 채 전문가적 이해가 부족하거나 사회적 책임이 없는 일부 이익집단이나 시민단체에 의해서만 모든 담론이 지배되고 있다”고 했다. “건축가들의 의견은 무시된 채” “일부 이익집단이나 시민단체에 의해서 담론이 지배되어 왔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지적하고 싶다.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계획에 대해서 건축가들의 의견을 막는 어떤 개인이나 집단, 혹은 기관도 보지 못했다. 오히려 “동대문운동장에 저런 공원이 들어선다는데 건축가들은 왜 말이 없나” 혹은 “건축가들은 왜 말을 못하나?”라는 자조 섞인 말은 들어 봤다. 여기서 오늘날 이 땅의 건축가들의 위상에 대해서도 언급을 피하자. 그러나 누가 담론을 지배하거나 누가 건축가들의 담론을 막고 있는가?

이씨는 “도시공간의 공공적 운용에 대한 책임을 짊어진 전문가, 즉 건축가의 견해가 합리적 의사로 인정받으며, 그것이 도시공간을 운용하는 보편적인 합의로 존중받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합리적 의사’나 ‘보편적 합의’로 존중해 주지 않는 ‘일부 이익집단이나 시민단체’가 있었던가? 아니 ‘합리적 의사’나 ‘보편적 합의’로 의견을 개진한 적이 있었던가? 나아가 건축가들이 “도시공간의 공공적 운용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가?

정희준씨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천박한 반역사적 인식’에 대한 비판으로 그의 행정행위에 대한 비판을 한 것이며 역사의 켜가 두터운 600년 서울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깨지 말라는 주장을 한 것이다.

이제 이씨가 예로 든 런던과 로마, 파리, 뉴욕, 도쿄를 보자. 그 도시들의 역사의 켜는 신도시 같은 서울과 비교할 수 있는가? 뉴욕과 도쿄가 ‘경제적인 필요에 의해 도시공간의 효율적이고 전략적 재편성’한 예인가? 뉴욕의 맨해튼이나 도쿄의 오다이바는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 도시들의 다른 곳들을 찾아보자. 뉴욕이 처음 자리 잡을 때 생겨났던 해안가의 건축들이 짧은 미국의 역사를 키워주고 있고 도쿄에도 에도시대 이전부터 내려온 유산들이 골목골목에 산재해 있다.

이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도시는 개별적 기억을 만들고 저장하는 집합체이면서 동시에 도시가 그것을 위해 집합적 공공성을 확보함으로써 개인의 이러한 기억을 좀더 행복하고 의미있는 것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기억의 창고인 동대문운동장을 헐어내서는 안 되고 곧 이전할 인근의 미군 공병대 터나 국립의료원도 이용할 수 있음을 우리 시민단체들은 이미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주장을 두고 ‘개발욕과 역사성의 파괴라는 주장으로 오도한다’고 오도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서울이라는 역사도시가 가진 공간적 딜레마, 즉 역사적 기억의 보존과 도시공간의 효율적 재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자하 하디드의 설계안’에 대해서 말해 보자. 그러나 하디드 작품 속 어디에도 역사적 기억은 보이지 않는다. 혹시 서울 도성처럼 보이는 오브제를 갖다 놨다 해서 그렇게 말했다면 오독이다. 서울 도성이라고 갖다 놓은 오브제 밑에 물(해자)을 배치했는데 서울 도성 어디에도 해자가 없다. 또 ‘도시공간의 효율적 재편’이라는 말도 동의할 수 없다. 그 자리에 운동장이 있으면 안 되고, 공원도 아니고 건물도 아닌 것이 들어서면 재편이라는 말인가? 우리는 동대문운동장의 공원화는, 이제는 디자인 플라자란 건축물로 은근슬쩍 바꿔버렸지만, 역사적 기억을 지우는 도시공간의 퇴행적 배치라고 판단한다.

김란기/문화유산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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