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세계무역의 80%가 표준의 지배를 받고 있는 시대국제 표준화 선도한 콘돔업체 3곳
국제회의서도 위상 제고
표준은 분명 미래의 돈이다 단 세 곳뿐인 우리 중소기업들이 세계 콘돔시장 1위(점유율 30%)를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콘돔 전문가들이 모이는 물리적 피임기구 국제표준화 총회가 최근 닷새 동안 제주에서 열렸다. 콘돔이 단순하게 물리적 피임기구라는 차원을 넘어 원하지 않는 임신 방지와 에이즈와 같은 성병 예방 등 세계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요 일상 의료용품임을 공감하는 회의였다. 콘돔이 표준화를 통해 음지제품이 아닌 양지의 생활용품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장이었다. 선진 유럽과 미국, 동남아 개발도상국, 저개발 아프리카 등 세계 25개국 100여 전문가들과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 파견관들은 함께 남성용과 여성용 콘돔의 품질 기준, 안전성 검증, 유통기간, 접촉 감성 등과 관련한 표준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무엇보다 국내 3사 경영책임자(CEO)들의 국제표준에 대한 열정과 콘돔산업의 위상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한층 돋보인 회의였다. 총회기간 내내 국내 3사 대표자, 이사진 등이 모든 분과회의에 참석하여 우리 쪽의 의견을 제시하고, 각국의 참가자들 및 세계보건기구, 유엔인구활동기금(UNFPA),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의 파견관들과 국제표준 협력방안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진지하게 논의했다. 우리 기업인들은 회의장 밖에서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들을 자연스럽게 접촉하면서 우리 제품을 홍보하고, 국제 표준안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안팎으로 개진함으로써 장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세계 콘돔시장에는 일반 소비시장 이외에 유엔인구활동기금 등 국제기구에서 콘돔을 구매해 아프리카 등지에 에이즈 예방 차원에서 공급하는 공공시장이 있다. 우리의 공공시장 점유율은 점점 높아져 50억개 시장 중 절반 이상을 점유하게 됐다. 이것이 바로, 콘돔 국제표준을 주도하는 한국의 저력이요, 일상용품 분야에서는 보기 드물게 세계 1위 산업으로 오른 원동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최근 모든 산업분야에서 세계 각국이 자국 기술의 국제표준 채택 노력을 통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국경 없는 표준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세계시장 규모로는 적다 할 수 있는 1조원 조금 넘는 콘돔 시장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세계인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콘돔제품에는 더더욱 표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각국의 거센 도전에도 우리나라의 콘돔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표준의 힘이었다. 이번 국제회의 결과를 보면 왜 표준화 논의에 기업이 참여해야만 하고 시급히 눈을 떠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표준콘돔의 길이와 폭을 줄이자는 안건이 올랐으나 세계적으로 남성들의 크기에 대한 세부적인 표준 통계가 없다는 이유로, 또 최근 소비량이 많은 여러 기능성 콘돔에 대한 표준화 추진은 기업 쪽의 기술 노하우 노출 우려 때문에 관련 기업들이 부결시켰다. 여건이 성숙되면 표준화가 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국제표준 논의의 현장에서 기업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런 적극적 참여는 기업 가치를 높여 자신을 보호할 도구가 될 수 있다. 세계 최강 반열에 오르고자 하는 기업은 국제표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기업내 표준기반 구축에 매진하는 길이 미래시장을 확보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와이브로와 동영상 압축기술이 그러했듯이 직접 국제표준 경쟁에 참여해서 자사의 제품 표준을 세계시장의 구매 기준으로 만들었다고 상상해 보라. 다른 기업들보다 먼저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표준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매우 유용한 전략적 수단임을 우리는 이번 콘돔 국제회의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 무역의 80%가 표준의 지배를 받고 있는 시대다. 표준, 분명 돈이 된다. 최형기/산자부 기술표준원 표준기술지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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