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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12 18:35 수정 : 2007.11.12 18:35

왜냐면

교실은 변화가능성 무궁무진한 역동적 공간
도움을 받고 도와가며 더불어 성장할 기회
열반에 보내진 아이들의 자포자기
교사의 수업권 획일적 강요도 문제

교육인적자원부는 일반계고의 수월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수준별 수업 학급을 올해 561반에서 내년 7118반으로 늘리고, 강사료도 올해 14억원에서 364억원으로 증액한다고 한다. 이 돈이면 다양한 수업방법으로 교육의 질을 올릴 수 있는 금액인데, 오로지 수준별 수업만을 위해서 쓴다는 데 대해 우려하면서 이의를 제기한다.

첫째, 현재 입시 상황에서 수준별 수업은 능력별 우열반 수업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수준이라는 것은, 교육적으로 매우 미묘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왜냐하면 학생의 수준이 영역별로 다르고, 도달 여부 등도 전문적이고 섬세하게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준이 이르렀으면 즉각 원래 프로그램으로 복귀해야 한다. 그렇지만 현재 수준별 수업은 획일적으로 중간·기말 점수로 구분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의 노력이나 수준에 관계없이 계속 열반에 있어야 한다. 물론 100점의 학생과 20점의 학생이 같은 교실에 있어서 생기는 문제점과 수월성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다. 이에 대한 대안은 <한겨레> 11월5일치 교육섹션 ‘고현숙의 학부모코칭’에 나왔다. 곧, 가장 높은 학습 수준을 보이는 방법은 배운 내용을 타인에게 가르치는 것인데, 배운 내용을 직접 가르치면 학습 수준은 거의 95%에 이른다고 한다. 나보다 못한 이에게 도움을 주면서 동시에 자기의 앎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교육 선진국인 핀란드의 교육이 강력한 평준화와 협력학습을 통해 성취도를 높인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둘째, 우리의 교육이 너무 인지적인 측면에서 점수를 강요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정서적인 측면이 홀대를 받는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점수에 민감하다. 성적으로 교실까지 구분하여 차별받게 할 수는 없다. 점수 위주의 교육정책으로 말미암아 청소년 스트레스, 우울증, 약물 중독, 게임 중독, 운동 부족 등 여러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20년 뒤 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심히 우려된다.

셋째, 여러 교수방법 중 특정한 교수방법(수준별 수업)을 획일적으로 강조함으로써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한다. 더욱이 학교평가에 수준별 수업을 항목에 넣어 학교 관리자는 평가를 잘 받기 위해 학생의 상황이나 교사들과 갈등을 무릅쓰고서라도 수준별 수업을 강요하는 것이 학교의 풍경이다. 아이들의 학력이 우려된다면, 수준별 분반 수업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학습량을 줄이고 교사의 보살핌과 배려가 필요하도록 학급의 인원수를 줄이는 행정적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많이 개선된 학급당 학생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을 쫓아가려면 아직 멀었다.

넷째, 평가 문제다. 성적의 우열로 분반해 수업을 따로 받게 하고, 평가는 같은 시험으로 본다면 기회에서 균등하지 않다. 또한 분반했을 때 열반의 경우 자포자기와 상승 작용으로 수업시간이 늦어지고,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내용을 학습받을 기회가 현저히 줄어든다.

교사는 학생들의 수준을 계속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유효적절한 수단과 방법으로 개별화 교육을 하려 한다. 안타깝게도 학생들이 노력을 하는데도 수준에 도달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학업에 지치거나 흥미를 잃고 포기한 경우도 많다. 이런 학생이 의욕을 갖고 다시 출발할 수 있도록 북돋우는 것이 국가와 사회와 교사의 책임이다.


오로지 점수를 올려야 한다는 획일화된 하나의 수업방법을 강조하는 것은 국가 파시즘이다. 더욱이 효과도 의문스럽고,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기에 그러하다.

어른들은 학생들을 닦달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지쳐간다. 수준별수업을 하려면 오히려 같은 반에 있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교실은 역동적인 공간이다. 변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도움을 받고, 도와가며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한다. 기성세대가 구분한 벽에 가로막혀 아이들의 인성과 미래를 망치게 둘 수는 없는 일이다.

김우환/전교조 수학교사회장·개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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