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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19 18:15 수정 : 2007.11.19 18:15

왜냐면

공교육 정상화하자는 주장은
결국 사교육흡수론에 불과하고
단판시험제도 개선 방안은
개천에서 용안나는 결과 비었다
근본책은 대학서열타파뿐이다

우리 교육은 국민에게 고통만을 주고 있다. 그래서 정부와 정치권, 전문가들은 각종 개혁정책, 개선방안들을 쉬지 않고 내놓는다. 이런 것들은 크게 보아 대체로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공교육 정상화’, 둘째는 ‘단판 시험제도 개선’이다.

공교육 정상화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제대로 교육하면 사교육도 없어지고 교육의 경쟁력도 올라간다는 생각이다. 이른바 공교육으로 사교육 흡수론이다. 이것을 위해 교원평가, 공모교장제, 선택권 강화, 학교 다양화, 방과후 학교 등의 정책이 전개된다. 하지만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절대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공교육은 교육을 하는 곳이지 입시교육을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흡수하면 공교육은 정상화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진다. 그렇게 교육을 희생한 대가로 사교육 시장이라도 줄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모든 학교가 지금보다 더 입시교육에 매진하면 입시경쟁이 가열돼 사교육 시장은 더 커진다. 그리고 공교육은 국민 모두에게 공통으로 제공되는 것이어서 절대로 소수의 승리를 위한 맞춤 사교육을 이길 수 없다. 결국 공교육 정상화라는 해결책은 교육을 없애고 사교육 시장을 키우는 쪽으로만 귀결된다.

단판 시험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입시를 다양화하고 자율화한다. 요즘엔 여기에 더해 내신 강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전형방법이 다양화되자 단판 시험 체제일 때는 없었던 일이 벌어졌다. 바로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신화’가 사라진 것이다. 다양한 입시의 통로에 모두 적응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중상층들뿐이었다. 내신은 단판 시험을 여러 번 시험으로 바꿔 아이들을 더욱 격심한 고통으로 몰아넣는다. 단판 시험 제도 개선이라는 해결책은 다양화에 따른 다양한 사교육 팽창과 다양하게 입시공부를 해야 하는 아이들의 고통으로 귀결된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방안을 우리는 지금까지 개선책이라고 믿어왔던 것이다. 왜냐하면 정작 문제가 되는 지점을 지나쳐 왔기 때문이다. 본질은 세계에 보기 드문 극단적인 대학 서열 체제에 있다. 여기에 진입하기 위해 극단적인 경쟁이 초래됐다. 지금까지 이 대학 서열 체제를 없애자는 집회가 열린 적이 없다. 오는 24일에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행동이 펼쳐진다. 이제 우리는 비로소 문제의 본질에 마주 서게 됐다.

대학 평준화는 입시 서열을 없애고 입학자격고사를 통해 학생을 받아 각 대학이 자유롭게 교육경쟁을 하자는 방안이다. 입시경쟁 대신에 고등교육 경쟁이 생긴다. 이것이야말로 초·중등 교육정상화와 고등교육 경쟁력 향상 방안이다. 입시교육과 입시 사교육이 사라진다.

실현 가능성보다 중요한 건 대학 서열 체제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국민이 대학 서열 체제를 문제 삼으면 그에 상응하는 정책들이 나올 것이다. 지금까지의 공허한 정책들은 사라질 것이다. 중등 공교육 정상화와 입시 다양화, 자율화에 대한 기대를 하루빨리 접고 대학 서열 체제에 집중해야 한다. 대학 평준화라는 구호는 대학 서열 체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소할 ‘슬로건’이다. 그 슬로건을 내건 국민공동행동이 11월24일에 전개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참여할수록 만악의 근원인 대학 서열 체제가 조금이라도 빨리 완화되고 입시지옥도 변하기 시작할 것이다.


하재근/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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