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당뇨 관련 사망률 OECD 1위갖은 합병증 불러 무서운 병이지만
인슐린 주사 소모품값
보험 안돼 지속적 관리 어려워 지난주는 ‘당뇨병 주간’이었고 14일은 국제당뇨병연맹이 제정한 ‘세계 당뇨병의 날’이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유엔에서 ‘당뇨병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해 당뇨병 극복을 위한 세계적인 각성을 촉구했다. 우리나라에는 진단되지 않은 당뇨인을 포함해 현재 당뇨를 앓는 사람이 약 400만명에 이르며 2030년에는 국민 7명당 1명의 비율로 당뇨인이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당뇨병과 합병증의 치료에 전체 건강보험 급여비용의 20%(약 3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지불되고 있으며, 당뇨인의 1인당 평균 진료비는 비당뇨인에 비해 4.6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뇨병학회 당뇨주간 캠페인은 ‘당당한 당뇨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당뇨병을 당당하게 맞아들이고 적극적인 치료와 예방에 온 국민이 노력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의료비의 지출이 높은데도 우리나라 당뇨인의 당뇨병 관련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것일까? 당뇨인으로 진단받고 혈당 관리를 시작한 지 15년째인 57살 한 남성은 2년 전부터 인슐린주사를 맞고 있다. 요즘 그에게 가장 괴롭고 울화가 치미는 일은 하루에 두 번 인슐린 주사를 맞는 아픔이 아니라, 인슐린 주사를 맞는 데 필요한 소모품값 때문이다. 혈당 조절을 하는 데 꼭 필요한 하루 50단위의 인슐린은 보험급여가 돼 한 달에 1만5천원 정도면 해결이 되지만, 정작 인슐린 주사를 맞는 데 필요한 혈당검사기, 주사기와 주삿바늘, 혈당검사를 하는 데 필요한 검사지, 혈액을 채취할 때 쓰는 바늘과 알코올 스펀지는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 품목이어서 여기에 매달 4만5천원 이상을 써야 하는, 배보다 배꼽이 큰 실정이다. 당뇨병이 무서운 것은 혈당이 높아서 나타나는 증상보다는 당뇨병으로 생기는 합병증 때문이다. 혈액투석을 꼭 해야 하는 만성신부전증 환자의 반 이상이 당뇨병성 신장병증이 그 원인이고, 사고에 의한 경우를 빼면 다리를 절단하는 주원인도 당뇨병성 신경병증과 말초혈관병증이다. 사고에 의한 실명을 제외하고 저절로 실명이 되는 가장 많은 원인도 당뇨병성 망막증이다. 이러한 만성 합병증들은 혈당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다. 당뇨병은 ‘생활습관병’이라고도 한다. 생활이 나아지면서 섭취하는 음식의 열량이 많아지고 반대로 생활이 편해지면서 열량의 사용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활습관의 변화만으로 혈당의 조절이 완전해지지는 않는다. 약물요법이나 인슐린 요법이 반드시 병행되고 혈당 수치의 높낮이를 당뇨인 자신이 확인하고 알아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소모품의 보험급여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조처는 당뇨병의 합병증 발생을 예방하고 지연시킬 뿐 아니라 혈액투석, 다리 절단, 실명이 나타난 당뇨인의 삶의 질과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가장 효율적으로 절약할 수 있는 방법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박태선 전북의대 내분비 대사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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