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10 18:40
수정 : 2007.12.1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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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호서대 교수·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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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대선후보에게 바란다
최근 터진 김포외고 부정사건을 보면 교육의 문제점이 훤히 다 드러나 보인다. 훌륭한 인격체를 키우는 교육 본래의 목적은 온데간데없고 일류대에 들어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저열한 줄 세우기 경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특히 우리나라 교육은 영어나 수학 등 기초적 기능 교육에만 치중해 전인적 인격 형성에는 효과가 크지 않다. 학문의 기본적 이해와 가치관을 형성해주는 역사와 철학·문학, 만물의 생성과 작동 원리를 이해하게 해주는 물리학 등 세상을 크게 보는 안목과 선한 가치관을 키워주는 학문은 오히려 도외시되고 있다. 이러한 교육적 편향은 학문의 열정을 키워주지 못할뿐더러 21세기형 다문화를 포괄하는 화합의 글로벌 리더십 부족을 초래해 결국 우리 인력의 국제경쟁력 하락을 가져온다. 학생들도 학문에 대한 진지한 통찰과 열정을 키울 수 없어 정작 대학에 들어가서는 공부를 안 한다. 대학들이 아무리 경쟁적으로 성적 좋은 학생들을 뽑았어도 실력 없는 졸업생만 양산해 낸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대선주자들의 교육 공약은 이에 대한 고민과 대안은 전혀 없고 영어능력을 키우는 데에 집중돼 있다.
미국 텍사스 보건대에서 일할 때 한 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한국 학생들은 열심히 노력하는데 생각의 폭이 좁고 창의력이 떨어지는지 좋은 논문이 잘 안 나온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조사를 보면 하버드대에 입학한 동양권 유학생들 중에서 중도에 탈락하는 학생들의 90%가 한국 출신이었다고 한다.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고 토플 점수도 유학생들 중에 가장 높은데, 정작 토론이나 발표는 물론이고 리포트 작성도 잘 못해 학문적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 교육이 학생들에게 오로지 입시를 위한 편향된 점수따기 공부를 강요해 다양한 전인교육을 통한 논리적이고 균형 잡힌 사고를 형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교육 경쟁력을 보기 위해서는 중·고등학생들의 국제 경시대회 수상 실적보다는 대학 졸업생들의 학문적 자질과 업무능력을 평가해 봐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우리의 교육 경쟁력이 세계 최하위권에 속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기업들도 이구동성으로 대학 졸업생들의 업무능력이 너무 떨어져 큰돈을 투자해 적어도 2년 이상을 재교육시켜야 가까스로 일에 투입시킬 수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고 있다. 더구나 요즘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졸업학점을 줄이는 바람에 교양 교육이 대폭 축소돼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학문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야 할 시기인 대학1, 2학년 동안 대부분의 학생들은 입시지옥 해방감으로 책은 던져버리고 그저 넘치는 시간을 술과 게임 등 쾌락에 빠져 허송세월하는 분위기이다. 하루 평균 공부 시간이, 고등학생의 경우, 10시간이 넘는데 대학생은 겨우 3시간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 외국과는 정반대 현상을 보여준다. 대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럽의 대학들처럼 대학 입학은 쉽더라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서는 졸업을 못 하도록 교육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은 오로지 자녀를 일류대학에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야 하는 학문에의 기쁨과 자발적 의지를 아예 꺾어버린다. 가장 좋은 교육법은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가 재미있어 열정이 생기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 기능 위주의 공부를 강제로 시키기보다는 문사철(文史哲) 교육을 중시해 어려서부터 학문의 기쁨을 직접 맛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쓸 만한 대학 졸업생들이 나올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을 개선할 대선공약은 어디 있나?
이기영/호서대 교수·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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