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교장 전권의 평가 개선한다고동료교사 평가 30% 반영한다지만
현실적으로 상호 수업참관 불가능
평가항목도 공정성·형평성 시비
개정이 아니라 전면 재논의해야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5월 개정한 ‘교육공무원 승진 규정’의 새로운 근무성적평정제도(이하 근평제도)가 시범실시도 되기 전에 현장 교사들의 반발로 인해 그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개정 내용은 근평의 승진 반영 기간을 2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동료 교사의 다면평가 결과를 30%로 하여 교장, 교감의 근평 점수(70%)와 합산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교육부는 개정 이유로 ‘그간의 근무평정이 교장, 교감에 의해 자의적으로 평가되는 문제점 보완’을 들고 있지만, 합리적인 평가기준이 아니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현행 제도 아래선 교장이 될지 여부는 교장의 근평에 의해 좌우된다. 교장의 근평에 의해 승진이 될 수도 있고 자칫 공든 탑이 무너지기도 하는 걸 주변 교사들의 사례를 통해 익히 알고 있다. 그만큼 자의적이고 비밀리에 이루어지기에 교장의 근평을 일컬어 ‘미다스 손’이라 비아냥댄다. 공정성과 형평성이 근평의 생명임에도 이의 장치가 전무한 실정이니 ‘연목구어’에 다름 아니었다. 이런 논란이 일자 교장으로 승진하는 데 있어 마지막 중요 관문인 근평의 반영 기간을 늘리고, 동료교사의 다면평가 결과를 포함했지만 다음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어 교육부조차도 이의 재개정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첫째, 평가의 항목을 볼 때 객관성과 공정성 담보가 거의 불가능하다. 교장, 교감이 70% 비중을, 교사 몇이서 30% 비중의 평가를 하자는 것인데, 많게는 100여명이 훨씬 넘는 교사들을 일일이 항목별로 평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품성’, ‘공직자로서의 자세’, ‘학습·생활지도’, ‘교육연구 및 담당업무’ 등을 점수화할 수 없고 객관성과 공정성이 전혀 담보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품성’의 사전적 의미는 ‘품격과 성질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며 ‘자세’는 ‘사물을 대할 때 가지는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일컫는다. 이 둘 다 내적이고 각자의 주관성에 관한 것이라 객관성 있는 평가나 계측이 어렵다. 학습지도는 개별 교사의 전공과목이며 생활지도는 학생 개개인에 대한 교사들의 개별적 사안이라 더더욱 평가가 어렵다.
둘째, 승진제도의 문제점 개선이 아니라 취지와 달리 교사를 끼워 넣어 구색 맞추기가 아니냐 하는 비판이 많다.
셋째, 현실적인 불가능성의 문제이다. 늘 수업에 쫓기는 교사들이 짬을 내어 일일이 찾아다니며 평가하기란 지난한 일이며 학생지도 상황을 일일이 체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전공이 다른 교사들이 자신의 수업 등을 팽개치고 교사들의 수업을 참관하고 평가할 수 있겠는가?
넷째, 동료 교사들을 평가하는 데 선뜻 나설 교사가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더군다나 추후 근평 공개로 인한 공정성, 형평성 시비가 일 수 있고 개인의 명예에 대한 시시비비가 일어날 수 있다. 법적 시비가 일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어 근평 결과가 자칫 교단을 갈등 국면으로 몰고 갈 소지가 많다.
이러한 여러 문제점에 비추어 볼 때 개정된 근평제도로의 재개정을 논할 것이 아니라 원천적으로 교장승진제도 전반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일제하 군국주의의 잔재인 교장승진제도를 지속시켜온 것은 교장의 교사 통제와 국가의 학교 통제를 위한 관료적인 목적에서였다. 때문에 교사들의 80% 이상이 이런 승진제도에 대해 무관심과 반대를 표하고 있다. 우리 교단에서 가장 먼저 철폐해야 할 구조적 모순 중 하나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 평가단을 꾸리지 못해 보이콧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은 우리 교육 전반의 모순구조가 어떠한지를 방증한다.
차제에 교육부는 교장승진제도의 근원적인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교장 자리를 직위의 개념이 아니라 보직의 개념으로 바꾸는 교장보직제 도입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황선주/교육비평가·대구 대곡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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