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마구잡이 단속행태 지적하자되레 출입국관리법 개악 시도
의심스러우면 무조건 잡아들인다는
외국인에 대한 명백한 차별의 법제화
상호존중과 인권보호 노력은 말뿐 지난 7월2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의 개청을 자축하는 자리에서 김성호 장관은 “법무부는 국민과 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추규호 본부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는 외국인이 자유롭게 국민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고 모두가 같이 번영하는 자유와 공동번영의 선진사회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이주노동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하면서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는 “단속과정에서 인권침해 사례가 없도록 적법절차를 준수함은 물론 단속된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기본적 인권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약하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는 ‘내외국인이 서로를 존중하고 더불어 살면서 자유로운 조화 속에 공동의 번영을 이루는 사회’를 만들고 단속에 있어서도 ‘적법절차의 준수와 인권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지난 수년간 반복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체포·연행과 마구잡이식의 단속행태’만이 계속될 뿐이었다.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처참하게 유린되었다. 현행법상 단속의 근거가 되고 있는 긴급보호서의 발급은 고사하고 신분증 제시조차 하지 않는 단속반은 한밤중, 새벽, 거리, 공장, 숙소, 교회 등 인권단체, 등록, 미등록을 가리지 않고 외국인이면 일단 가리지 않고 잡아넣고 보기에 급급했다. 단속반의 무조건적인 체포에 저항하다 폭행을 당하고 기습적인 가택 난입에 놀라 피하다 중상을 입은 이주노동자의 수가 부지기수다. 한국정부의 외국인정책을 총괄하는 최고책임자가 말한 ‘상호존중과 자유로운 조화,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보호를 위한 최선의 노력’은 온데간데없다. 정작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의 ‘최선의 노력’은 다른 곳에 있었다. 단속과정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이주노동자들이 법적 소송을 통해 침해된 인권의 구제를 구하고, 전국의 이주노동자인권단체를 비롯한 노동·인권·사회운동단체가 단속행태의 반인권성을 지적하고 나서자, 법무부는 최선을 다해 최악의 선택을 했다. 지난 11월 8일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을 고치겠다며 입법예고를 했다. 그 내용을 보니 법조항을 신설하여 언제든 어디서든 ‘의심스러우면’ 무조건 잡아들이고, 어디든 들어가서 조사하고 자료를 수색하며, 일단 잡히면 아무런 외부의 사법적 통제도 없이 지쳐서 나갈 때까지 구금시켜 두겠다고 한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없다고 출입국 단속반의 조사와 출입, 자료제출요구를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한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의 최선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법 개정 입법예고를 한 후 20일이 지난 11월27일 “불법체류하며 한-미에프티에이 반대, 이라크 파병반대 등 국내의 정치적 활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의 까지만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 3인을 한꺼번에 연행하여 구금시킨 뒤, 12월13일 새벽 기습작전을 펴듯 3인 모두를 비밀리에 추방해 버렸다. 이들의 단속연행에 대해서는 노동자의 노조활동 탄압과 표적단속에 대해 국가인권위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강제출국의 위험이 임박한 상황에서 변호인단이 소송제기의 의사를 수차례 밝혔지만 이것 역시 무시되었다. 2년 전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 장관에게 “불법체류 외국인 등에 대한 강제 단속 및 연행의 권한과 요건, 절차를 명확하고 엄격하게 규정하고, 특히 단속·연행·보호·긴급보호 등 신체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형사사법절차에 준하는 수준의 실질적 감독체계를 마련한 것”과 “헌법에서도 개인에 대한 인신의 자유 등에 대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영장주의를 헌법상의 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다”며, “출입국관리공무원의 행정작용에 합목적성이라는 이유로 출입국관리법을 확대해석하여 그 무단 침입을 정당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 밝히고 그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2007년 12월 오늘, 이주노동자의 인권이 바닥에 내팽겨쳐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시쳇말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위는 법무부에 의해 ‘씹혀버리고’ 말았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가 성명을 통해 “표적단속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던 피해자들을 아무런 예고 없이 강제출국시킨 것은 조사 방해”라며 법무부에 유감을 표명했지만 이 역시 ‘씹히고’ 말 공산이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12조, 제16조는 신체의 자유제한과 주거의 자유제한에 대한 적법절차 준수와 영장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경찰관직무집행법상의 불심검문의 경우에도 경찰관의 신분증 제시, 소속과 성명, 목적과 이유, 동행의 장소를 밝히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당사자가 거부할 때에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시도는 외국인에 대한 명백한 차별의 법제화이며, 헌법상 인간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정면 위배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주노조 지도부 3인에 대한 기습적인 추방은 현행 법체계에서도 인정하는 헌법상의 ‘재판청구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완전히 무시한 위헌적 처사이다. 그런데 지난 십여 년간 수많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에 관한 한 무감각을 당연시하고 있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인권의 국제적인 보장을 선언한 유엔의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21세기 선진적인 인권국가를 표방하고 있는 한국정부가 그러한 ‘위헌’과 ‘불법’을 용인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5년 안와르 이주노조 위원장의 단속과정상 불법행위에 대한 법률 전문가들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위법의 소지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단속은 합법’이라던 국가인권위의 결정이 그랬고, 국내 대다수의 인권단체들의 항의를 뒤로 한 채 얼마 전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무부 주관의 ‘차별금지법안’에서 ‘출신국적과 언어’를 포함한 7개의 핵심적인 차별금지사유를 배제한 정부의 태도가 또 그랬다. 전국 대다수의 노동·인권·사회단체가 항의를 했지만 소용이 없다. 결국은 ‘씹히고’ 말았다. 법무부의 힘이 좋은가 보다. 지난 12월18일 유엔이 정한 ‘세계 이주민의 날’ 출입국 단속반은 ‘불법체류자를 잡는데 무슨 절차가 필요하냐?’며 항의하는 인권단체 활동가에게 공무집행방해를 경고했다. 이러한 기조라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가 입법예고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통과시켜 정부안으로 확정할 판이다. 답답하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법무부(法無部) 외국인 차별본부’라고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최현모/이주노동자인권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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