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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27 18:52 수정 : 2007.12.27 18:52

왜냐면

수능 보기 전에도 정보접근 불리
수능 끝나도 입시컨설팅 배제
원서마저 인터넷으로만 받으니
소외층 배려없는 ‘정보격차 사회’ 유감스러워

2008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이 마감됐다. 대부분의 학교가 인터넷으로만 접수했다. 앞으로 다니게 될 학교의 캠퍼스를 돌아보며 멋진 대학생활을 상상하면서 직접 원서를 내던 나의 수험생 시절이 생각났다. 채 10년도 되지 않아 많은 것이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내가 대학 1학년이던 2000년도는 인터넷 수강신청이 막 시작되던 때였다. 당시 지방에 살던 나는 인터넷 사용이 서툴렀던 반면 다른 친구들은 자유자재로 인터넷을 사용해 수강신청을 마쳤다. 처음 만난 친구들에게 기죽고 싶지는 않아서 친구들이 수강신청하는 것을 지켜보며 배우다가 마지막에야 수강신청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것이 내가 처음 느낀 ‘정보격차’(디지털 디바이드)였다. 정보 접근과 정보이용에 대한 권한과 능력이 소득·도농·서울과 지방 사이에 불평등하게 분배되어 있는 현상을 이르는 정보 격차는 대학입시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2008학년도 수능성적 발표 결과 대도시보다는 지방, 강남보다는 강북, 부자보다는 저소득층 자녀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진다는 분석은 올해도 반복됐다. 교육정보가 부족하고 높은 질의 교육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계층의 성적이 그만큼 뒤처질 수밖에 없음을 방증한다. 수능을 준비하면서도 각종 교육정보가 부족해 서울 학생들에 비해 어려움을 겪는 지방학생들이나 학교 교육 외에는 다른 교육 창구를 찾기 힘든 저소득층 학생들은 수능시험이 끝나고도 2차전인 정보전에서도 불리한 처지다. 대학별로 입시요강이 천차만별이라 파악하기 힘들고 등급제가 실시되어 더욱 혼란을 겪게 되는 이번 입시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논술정보를 얻고자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올라와 논술과외를 받는 학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몇 시간 동안 수십만원을 내면 함께 자료를 분석하고 대학 선택을 도와준다는 입시컨설팅도 지방보다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그나마도 저소득층 학생이나 농어촌 학생들에게는 꿈만 같은 이야기다. 자신의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에 대한 확실한 정보가 없어 일단 원서를 여러 곳에 내려고 해도 그 전형료로 드는 돈이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접수마저도 인터넷으로만 받는다면 상대적으로 정보 인프라가 약한 지역에 살고 있거나 인터넷 이용에 숙달되지 못한 학생의 경우 그 어려움이 클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보급률이 70%에 이른다지만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정보격차가 크고 학력별 인터넷 이용률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정보격차의 주된 소외계층이 기존 사회의 소외계층과 일치하는 상황에서, 정보기술과 접촉할 기회가 적은 계층 학생들에 대한 교육당국이나 대학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입시에서 일정 인원만큼 특별전형을 해 소외계층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일차적인 배려다. 그들에게도 차이를 줄일 수 있도록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와 권한을 보장하는 이차적인 배려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황은/강원 춘천시 석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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