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1.03 18:46 수정 : 2008.01.03 18:46

왜냐면

10년전 외국 투기자본에 헐값 매각
대금도 은행에서 대 허울뿐인 외자유치
정리해고 아픔 딛고 우량기업 일으키자
또다시 기업사냥꾼 손에 재매각 움직임
국민의 공장이 상품이 돼서는 안 된다

요즘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얼굴을 보면 세밑새해인데도 도통 웃는 얼굴을 보기 어렵다. 세계 84위이자 국내 대표적인 자동차부품 회사인 ㈜만도가 또다시 투기자본에 팔려나갈 위기다. 막대한 국부가 유출될 위험이 있는데다 회사에 피땀을 쏟아부은 노동자들에게는 언제 잘려나갈지 모르는 고용불안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기 때문이다.

매년 고도성장을 거듭해 8500여명이 종사했던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기계는 1997년 말 한라그룹 부도로 흑자부도 사태를 맞았다. 결국 1만7천명에 이르는 공권력까지 투입한 정리해고와 강제 희망퇴직 등 노동자들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상당 부분이 외국 투기자본의 손아귀로 넘어갔다.

주력이었던 제동(평택공장), 조향(원주공장), 완충장치(익산공장) 기술이 ㈜만도라는 이름으로 제이피모건과 어피니티캐피털 등이 참여한 투기자본에 넘어갔다. 그러나 이들 투기자본은 당시 공장 셋인 ㈜만도를 6천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지만, 투입된 외자는 1890억원에 지나지 않았고 나머지는 국내은행에서 조달했다. 실질적인 외자유치는 허울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당시 그룹부도액 6조1894억의 채무 가운데 약 3조8134억원을 탕감받았고, 1천여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으로 길거리에 내몰렸다. 다름 아닌 국민 혈세와 노동자들의 고통으로 소위 ‘클린기업’이 되었던 것이다.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만도가 이익을 낼 경우 사회로 다시 환원시켜주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

투기자본은 지난 10여년 만에 유상감자와 배당이익 등으로 3118억원이나 챙겨갔다. 그런데 이제 또다시 만도를 1조원 이상으로 매각해 차익을 실현하겠다고 한다. 부도 당시 대표이사는 그 뒤로도 직책을 계속 유지했는데, 연봉 70억원이 넘고 스톡옵션까지 받았다는 보도를 보니 어이가 없다. 혹자는 ‘먹튀’도 정당한 것이라지만 국민 혈세를 쏟아붓고, 노동자들의 피땀어린 희생으로 오늘에 이른 만도의 경우, 그 모든 것이 줄줄 새어나가는데, 상식이 있다면 어찌 이를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겠는가?

투기자본의 자본철수를 위한 재매각론은 2∼3년 전부터 나오다가 최근 들어 실질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재매각이 다가오자 ㈜만도의 구성원들은 자동차산업 발전에 애착을 갖고, 연구개발 투자로 기업의 중장기적 전망을 밝히며, 자신만의 이익보다는 전체의 이해관계를 우선하고 기업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참다운 경영자가 나타나기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


그러나 그런 소망과 달리 ‘케이케이아르’(KKR)라는 미국계 사모펀드가 인수의사를 밝히면서 또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투기자본에 넘어갈 경우 고용과 기업의 미래가 암울할 수밖에 없고 10년 전의 상황을 재현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케이케이아르’는 인수하려는 기업을 담보로 부채를 안고 기업을 인수하는 엘비오(LBO) 기업인수방식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사냥꾼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는 외자유치와도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큰 규모의 부채를 안고 인수하기 때문에 인수 기업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2004년 세계 92위의 부품사로 인정받은 후, 2005년에는 그 순위를 84위로, 2007년에는 77위로 올린 세계적 부품업체 ㈜만도가 파탄날 위기에 빠진 것이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한때는 외자유치가 최고의 가치처럼 여겨지기도 했으나, 제일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뒤 재매각해서 막대한 이익을 본 칼라일이나 외환은행 매각으로 4조3천억원 정도를 챙겨간 론스타 사례에서 드러나듯, 외자유치는 실속없이 투기자본한테 국내기업을 헐값에 인수해서 비싼 값에 되파는 길을 열어주었을 뿐이다. 외자유치는 원래 국외 선진산업 기술을 끌어오고자 하는 데도 목적이 있으나 이 취지를 전혀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산업은 경제 발전과 국가 기간산업 구실을 해 왔다. 고용효과는 물론이고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 국내 대표 부품사로 자리잡아 왔고, 사회기업·공기업적 특성을 갖는 ㈜만도가 더는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국부유출은 물론이고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에 큰 해가 될 것이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만도가 세계적 악명을 떨치는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최악의 상황은 없어야 할 것이다. 제조업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상품이어야 하지 공장이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김창한/전국금속노조 전 위원장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