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교육 정책의 실수는 그 정부에가장 큰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당신의 교육공약이 얼마나 황당한지
주장하는 사람들과 만나라
넥타이를 풀어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밤새도록 토론하라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먼저 교육부에 칼을 대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가 근본적이고 철저한 교육의 질 향상을 이뤄내지 못한 채, 무기력하고 애매한 교육 정책으로 국민들의 불신을 받아왔다는 점에서는 분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장독에 곰팡이가 피었다고 돌멩이로 장독을 깨뜨리려고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는 오만 방자해서는 안 된다. 교육 정책의 실수는 그 정부에 가장 큰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바빠도,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먼저 교육부와 교육단체, 교육주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그 다음에 자신들의 주장을 펴고, 설득하는 것이 순서다. 그것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요, 성공의 길이다. 그들의 도움 없이는 어떤 정책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좀더 근본적인 교육 불만의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 교육 불만은 바로 이명박 당선인이 그렇게 좋아하는 ‘경제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사교육비와 입시 경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학벌주의, 학력 간의 임금 격차, 직종 간의 임금격차 등 양극화를 해결해야만 한다. 그래야 독일과 북유럽 등 선진국들과 같이 입시 경쟁과 사교육 없이 교육의 질과 학문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초·중·고 학교들은 대학을 가기 위한 관문이 아니라, 교양교육과 시민교육, 평등교육을 하는 장이어야 한다. 학급당 20명 선을 유지하여 개별지도가 가능하게 하고, 최고의 교육환경에서 창의적이며 풍부한 체험활동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대학 입학은 자격시험을 통해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하되, 입학과 달리 강도 높은 운영으로 학문적 성취를 이룬 20∼25% 정도만 졸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귀족형 사립고를 늘리거나, 본고사를 부활하는 방식으로 교육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위험한 생각이다. 경쟁은 더 치열하고 복잡해지고, 내 아이부터 좋은 학교에 넣자며 사교육 열풍은 더 미친듯이 불어대고, 학부모들의 경제 사정은 더 나빠지고, 아이들은 가혹한 입시 억압에 건강을 잃고, 젊음의 열기를 잃고 추풍낙엽처럼 죽어갈 수 있다. 우리는 이명박과 함께 성공하는 시민이 되고 싶다. 당신의 불도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유일한 희망의 끈이 있다면, 당신이 청계천을 만들 때, 책상머리에만 앉아 명령하지 않고 작업복을 입고 수없이 현장에 나가 직접 뛰었다는 얘기다. 반대하는 상인들을 설득하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가슴을 열고 소주를 나누었다는 얘기다. 그렇다. 지금 이명박 당선인은 교육을 살리기 위해 당신의 교육공약이 얼마나 황당한지 주장하는 사람들과 만나라. 넥타이를 풀어 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밤새도록 토론하라. 그게 당신의 매력이다. 당신은 결코 오만 방자한 정치가가 아니기를 빈다. 성과에 집착해서 함부로 간장독을 깨뜨리고 그래서 5년 후 온 국민에게 돌팔매를 맞는 그런 대통령을 우리는 정말로 원하지 않는다. 우리도 멋진 대통령을 갖고 싶다. 그게 바로 국민 성공시대가 아니겠는가? 김은형/서울 영등포중 교사·전 전교조수석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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