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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07 19:10 수정 : 2008.01.07 19:10

왜냐면

첫째, 적색에 기반하되 녹색가치를 전면적으로 접목시켜야
둘째, 공공성과 연대성을 사회운영 원리로 하는 복지국가 건설을 중심과제로
셋째,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진보적 가치를 자신의 의제로 하는 살아 숨쉬는 진보정당이어야

대선 참패에 이어 민주노동당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비대위로 가든 신당으로 가든 위기의 근원을 제대로 짚지 못하면 또 실패할 것임이 명백하다. 민주노동당 위기의 핵심은 두 가지다.

계급 대표성을 상실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방침에 의존하면서 비정규 노동자들로부터 민주노총당, 곧 정규직당이라는 낙인을 벗어날 수 없었다. 비정규 악법 개악을 저지하느라 고군분투한 의원들의 점거농성과 이랜드 투쟁에 대한 적극적 지지와는 관계없이 비정규 노동자와 국민의 눈에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민주노총당으로 각인되어 왔다.

또다른 하나는 종북주의와 이에 바탕을 둔 패권주의가 당내 다수파로 되었다는 점이다. 2004년을 지나면서 다수파가 된 이들은 다수파가 되기까지 당비 대납과 집단 주소 이전, 심지어 부모·친척·미성년자까지 입당시켜 지역위원회를 장악하고 지금은 중앙위원회와 대의원까지 주요 의결기구를 장악하고 있다. 북핵 실험에 대해 자위권 운운하고, 300명에 이르는 당간부들의 중요 신상정보를 기록하여 조선노동당에 보고했다. 국민들은 민주노동당의 정체성-북한에 대한 관계와 태도-에 의구심을 보내기 시작했다. 나아가 득표에서 월등한 능력과 자질을 가진 후보를 제쳐 놓고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여 대선후보로 만들었다. 자신들의 노선과 가깝다는 이유로, 혹은 코리아 연방공화국을 중요 공약으로 선전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른바 평등파의 책임 역시 가볍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민주노총과의 관계를 의식하여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당이 깨질까봐 종북적 패권주의에 대해 전면적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정파가 권력을 나눠 가지는 담합적 구조가 비정파 당원과 평당원들을 좌절시키고 당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단순화하여 표현하면 민주노동당의 양대 정파는 각각 1950년대와 80년대의 관점으로 활동을 해 왔다. 당내의 녹색그룹이나, 소수자, 여성주의, 국제주의는 당의 외관을 장식하는 부속품으로 취급되었고, 마침내 당 안팎으로부터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 맞느냐?”는 치욕적인 소리도 들어야 했다.

대선의 참담한 패배는 그동안 누적된 민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거부한 민주노동당에 국민들이 회초리에서 몽둥이로 바꿔 내리친 것이다. 이제 철저한 반성과 평가로 진보를 재구성해야 한다. 재창당이든 진보신당이든 현시기 진보의 핵심적 가치를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적색에 기반하되 녹색가치를 전면적으로 접목시켜야 한다. 조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의 대표성을 자임하는 한편, 우리 삶의 양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생태주의, 초록가치를 당의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한다. 한국적 적-녹 연대 이것이 진보의 핵심이다.

둘째, 시장과 경쟁의 원리가 아닌 공공성과 연대성을 사회운영 원리로 하는 복지국가(사회국가) 건설을 중심과제로 설정한다. 이를 위해 계급연대, 사회연대 전략으로서 연대임금제와 사회보험료 누진제를 실현한다. 나아가 당이 직접 노동운동의 새로운 흐름과 주체 형성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셋째, 동성애를 포함한 소수자 정당, 여성주의 정당, 이주노동자를 수용하는 다문화 정당, 반전·반핵의 평화주의 정당, 연대에 기반한 국제주의 등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진보적 가치를 자신의 의제로 하는 살아 숨쉬는 진보정당이어야 한다.

필자의 생각으론 당내 다수파는 당을 떠나지도, 근본적 변화도 수용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정체성은 그들의 존립 근거이기 때문에 버릴 수 없으며, 변화를 수용하기에는 그들은 이미 화석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존 민주노동당으로든 진보신당으로든 다가오는 총선이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난관이 될 것이다. 예상하건대 총선 결과는 ‘영원한 소수정당으로 전락할 것인가?’, ‘단 한 석이라도 새로운 10년을 새로운 각오로 시작할 것인가?’이다. 민주노동당이 갈림길에 섰다.

조승수/진보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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